매일신문

현재의 인류 문명·역사는 '문화적 진화' 덕분

진화의 종말/폴 에얼릭'앤 에얼릭 공저/ 하윤숙 옮김/ 부키 펴냄

하나의 생물종에 불과한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이처럼 막강한 존재가 되어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존재까지 되었을까. 진화론의 위대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문명을 진화의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 인류가 날 때부터 지구의 모든 동식물을 지배하는 존재로 태어났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오늘날 이 같은 위치를 차지한 것이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 덕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인류문명과 역사를 '문화적 진화'로 해석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인류는 이미 환경에 맞춰 적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구 전체를 바꾸는 존재이며,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가 산재해 있다"고 말한다.

책은 진화론을 비롯해 생태학, 기후학, 인구학 등을 입문서 수준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이들 학문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큰 그림으로 보여준다. 전체는 16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6장까지는 진화와 인류의 문화적 진화를, 6장 이후는 인구, 역사, 생태, 기후, 소비, 에너지, 정치체제 등을 다룬다.

책의 전반부는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을까'라는 큰 주제 아래 이야기를 풀어간다. 다윈의 진화론에서부터 현대 진화론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논쟁을 통해 각 개체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달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행위가 어떤 개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고, 그 결과 또 다른 개체에는 어떻게 번성의 기회가 됐는지 등을 살펴본다.

4장부터 8장까지는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적 진화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현생 인류의 발자취를 문화적으로 추적하는 것이다. 언어와 두뇌, 의식의 발달은 유전적 진화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 유전적 진화의 결과로 생겨나 주변의 동식물과 지구를 바꾸고, 결국은 유전적 진화 그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문화적 진화다.

전쟁, 농경, 가족 및 국가의 탄생, 사회적 규범의 성립은 인류와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지각과 믿음(종교), 인종은 또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 것일까. 이처럼 문화적 진화는 유전적 진화와 더불어 지구를 지배하는 호모 사피엔스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흥망을 거듭해온 국가의 역사 역시 문화적 진화에 해당한다.

후반부에서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는 종으로 남을 수 있느냐'에 대해 질문한다. 이런 질문은 자연스럽게 인구, 기후, 생태, 식량, 에너지, 정치문제 등을 끌고 나오게 되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지은이 폴 에얼릭과 앤 에얼릭은 부부 진화생물학자이며, 폴 에얼릭은 스탠퍼드대 교수로 스웨덴 왕립아카데미가 수여하는 크라포드상을 받았다. 앤 에얼릭은 스탠퍼드대 생명과학부 연구원으로 나비, 산호초 물고기, 핵무기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연구해온 학자다. 560쪽, 2만3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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