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물들이 눌러앉은 연못
소금쟁이들 머리 맞대고 수근수근 떠 있다
작은 기척에도 온몸 떠는 물살 앞에
허겁지겁 내려온 황소바람 못 둑을 당긴다
못 속 팽팽해진다
억장 무너진 삭정이
시끌시끌한 나무들 데리고 들어간다
뒤틀린 숲이 따라간다
소금쟁이들 솜털발 꽂아 십자수 뜬다
가위표 하나씩 수면에 박힐 때마다
내 몸이 따갑다 (……중략………)
시퍼렇게 소리치고 싶은 내 몸
사방팔방으로 열려
소금쟁이들 띠줄로 진을 치고
나는 못물 한 장씩 포를 떠
균열 깊은 행간으로 꾸역꾸역 밀어넣는다
장혜승
이 시는 시인의 데뷔작인데요. 소금쟁이와 십자수 뜨는 이미지가 탁월하게 드러나 책 위에 못물이 가득 출렁이는 듯했어요. 소금쟁이의 뒷다리를 따라가다 꽂히는 바늘 끝에서 색실들이 꽁무니로 페로몬을 뿌려요. 못 가득 향기가 풀리고 있었어요.
젊은 한때 팽팽하게 당긴 자수틀 위에 우리가 그리고 싶었던 꿈은 무엇이었나요? 간혹 따끔하게 찔러 대는 삶의 바늘들이 있었지만 그건 희망을 수놓기 위한 통과의례였지요. 성인식이었지요.
돌아보면 아픈 시간도 수줍은 놓침도 다 무늬였어요. 잘못 찔러댔거나 끊어진 실들도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다시 심기일전 생의 수틀을 팽팽히 당겨요. 당기고 미는 힘이 서로에게 수수하는 저항, 그거 탄력이지요. 그 위에 한 땀, 한 땀 다시 진심을 수놓아 보세요. 미래는 어둡지 않고 삶은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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