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남자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가석방 심사관 잭(로버트 드 니로)이다. 평생 남의 죄를 저울질하며 살아온 그 앞에 스톤(에드워드 노튼)이란 남자가 나타난다. 조부모의 살인방조와 방화죄로 10년형을 선고받고 8년이 지나 이제 가석방을 신청한 것이다.
스톤에게는 매력적인 아내 루세타(밀라 요보비치)가 있다. 그녀에게 잭을 만나 설득하도록 다그친다. 처음 쌀쌀한 반응을 보이던 잭은 루세타의 매력에 빠져 성관계까지 맺게 된다. 한편 스톤은 종교서적을 읽은 뒤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페인티드 베일'을 연출하고 '킬러 인사이드 미'의 각본을 쓴 존 커랜 감독의 '스톤'은 죄와 벌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그린 관념적인 영화다.
겉으로는 모범적인 삶을 살고 있는 가석방 심사관 잭과 누가 보더라도 끔찍한 죄를 저지른 것처럼 보이는 죄수 스톤과의 심리 대결과 차츰 변해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잭은 독실한 신앙심을 가지고, 절제된 삶을 살아온 남자다. 과연 그의 삶은 모범적이고 성공적일까.
표출은 안 됐지만 그의 내면에 도사린 폭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골프 채널 TV만 보며 마음을 닫고 사는 잭. 젊은 아내는 숨 막힐 것 같은 결혼생활을 끝내자고 말한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잭은 2층으로 올라가 자고 있는 아이를 창밖으로 던지려고 한다. 떠나면 딸을 죽이겠다는 것이다. 아내는 마음을 바꾼다. 그렇게 43년간 결혼생활을 한다.
그에 비해 스톤은 욕을 달고 거칠게 행동한다. 출소하면 곧바로 죄를 지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교도소 내 폭력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의 죄를 깨우치고 종교 서적에 심취한다. 루세타는 잭에게 금단의 사과를 먹게 하는 역할이다. 남편을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외로우면 아무 남자와 관계를 맺고, 급기야 잭까지 몸으로 유혹한다.
영화는 세 명의 캐릭터로만 이야기를 끌어간다. '죄를 지어서 죄인이 아니라, 죄인이기 때문에 죄를 짓는다.' 인간으로서 태생적으로 지닌 원죄를 이야기한다.
로버트 드 니로와 에드워드 노튼은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책상을 마주하고 앉아 설전을 벌인다. 별다른 장치도 없고, 뚜렷한 갈등과 사건도 없다. 그럼에도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세 배우의 연기 덕분이다. 로버트 드 니로는 신앙심 깊은 남자에서 음담패설을 뱉고, 여인의 여체를 탐하는 인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에드워드 노튼도 시한폭탄처럼 위태롭다가 점차 사색적인 인물로 변모하는 연기를 눈빛과 몸짓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밀라 요보비치는 상반신을 노출하면서 끈끈한 욕망으로 뭉친 캐릭터를 연기한다. '레지던트 이블'의 여전사 이미지를 벗고 뇌쇄적인 눈빛과 요염한 입김으로 섹시함을 더했다.
선과 악의 경계가 얼마나 허약하고, 죄와 벌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사려 깊게 보여주는 영화지만, 밋밋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바람에 신세대 관객들에게는 재미가 덜할 수 있겠다. 6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06분.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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