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전문' 배우라고 자칭한 그는 어느 순간 소위 말하는 '스타'가 돼 있었다. 2007년 '세븐 데이즈'에서 김윤진과 호흡을 맞추더니, 지난해 '맨발의 꿈'에서 아이들과 함께 감동을 전했다.
얼마 전에는 '혈투'로 인사를 했는데 어느새 '의뢰인'을 지난달 29일 내놨다. 최근에는 '가비' 촬영도 끝냈고,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까지 차기작이 준비돼 있다. 작품이 끊이지 않는 그에게 몸이 하나 정도는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다.
영화계에서 탐내는 배우 박희순(41). 연극 무대 위에서 시작한 연기였지만 이제 온전히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표현해내고 있다. 약 15년간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완벽한 인물로 변신해왔다.
"똑같은 역할을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역할들이 다르니깐 재밌는 것이죠. 그게 작품 고르는 기준이 되는 것 같기도 한데 제가 안 해본 것을 하게 되니 저 자신도 신나고, 관객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해요."(웃음)
어려운 법정 용어를 외워 대사하고 새로운 모습의 검사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가 나오는 몇 장면은 '싹둑' 잘려나갔다. 13분 정도 분량이다. 법정에서 변호인 측 증인이 나왔을 때 유도신문을 해 검사 측에 유리하게 되는 장면과 법정을 멋지게 활보하며 카리스마를 뽐내는 장면 등 3개가 빠졌다. 검사 개인적인 신도 4개나 없어졌다.
박희순은 "러닝 타임이 길다 보면 관객들이 지치기도 하고, 일단 사건 위주로 가다 보니 검사의 개인적인 부분이 편집됐다"며 "검사의 캐릭터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인데 편집이 돼 아쉽긴 하지만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전개된 것으로 만족한다"고 개의치 않았다.
극 중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 출신 국회의원 최종원이 자신보다 하정우에게 애정을 보이는 장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하자 '감독들의 특성'이라며 비판할 채비를 한다. 물론 웃으면서.
"원래 영화 출연 계약을 하기 전에는 변호사 아버지였는데 검사 아버지로 변해 있었어요. 트라우마가 있는 이중적이고 다양한 면을 보여주면 관객이 인물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겠다고 생각해서 그 아버지 관련 이야기도 확대해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제작진에서 알겠다고 했는데 사건 중심으로 가버렸네요. 어쩔 수 없죠. 뭐."(웃음)
박희순은 차기작 '가비'에서 엘리트 이미지의 검사에 이어 고종 황제를 연기한다. 신분 상승을 제대로 했다. 그래서인지 풍기는 이미지가 더 멋져 보인다고 하자 그는 "'맨발의 꿈'을 촬영할 때 기미가 생겼다"며 "그 이후에 마사지도 받고 피부과도 다니며 관리에 열중한다"고 했다. 또 "어린 친구들하고 오래 같이 연기하려면 관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요즘 무척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며 웃는다.
그가 멋져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보다 나이 어린 배우들과 거리낌 없이 연기하고 삶을 즐겨서일 수도 있겠다.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최근 장혁, 하정우와 함께 노래방을 간 적이 있다"고 친분을 과시하며 당시 상황을 유쾌하게 전했다. "(장)혁이가 담배를 물고 마이크를 잡고 랩을 했죠. (하)정우는 방방 뛰며 즐겼는데 누가 보든 말든 상관없이 진지하고 재밌게 놀았어요."(웃음)
그는 "작품을 할 때마다 좋은 동생들을 하나씩 얻는 것 같다"며 "진중하고 속 깊게 연기하는 배우들을 이겨낼 수 없다. 이 친구들을 보면서 반칙하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할 때 뭔가 돌아온다는 내 소신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고 만족해했다.
그런 의미에서 연인 박예진도 마찬가지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좋다는 그는 삶이나 연기나 남녀를 통틀어 사고방식이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박예진과는 일단 "연기적인 면에서는 서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합의점을 찾았다. "본의 아니게 연인 사이임이 공개됐지만 각자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존경해주기로 했다"는 것. 그래도 밝고 긍정적인 박예진이 박희순에게 힘이 되는 건 묻지 않아도 전해졌다.
박희순은 어렸을 때 연출도 꿈꿨지만 오래전 접었다고 털어놓았다. 연출보다는 배우가 적성에 맞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게 됐다는 그는 "배우를 빼고는 내 삶에 말할 게 하나도 없다"며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지금까지 단 1년도 연기를 떠나본 적이 없다"고 자부했다.
"매번 새로운 배우로 살아가는 게 제 삶이니,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이 들어서도 멋을 풍길 수 있는 배우들이 할리우드에는 굉장히 많은데 한국에는 거의 없잖아요. 그래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지금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한석규 등의 배우들이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분들이 롤 모델이 됐어요. 제가 그분들의 뒤를 이어 나가면 좋겠어요. 충분히 희망도 보이고 가능성도 보이는데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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