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스기사 뒷돈채용…'검은 돈'으로 얼룩진 '3각 커넥션'

브로커 기사 구직자 알선→돈 받은 노조 간부 채용 요구→관리직 간부는 눈

대구 시내버스 업계 종사자들은 시내버스 기사 채용 과정에 거액의 뒷돈이 오가는 것은 약자 신분인 구직자들에 대한 노사 결탁, 중간 간부들의 전횡 등 고질적인 병폐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입사를 위해 돈을 건넸다는 시내버스 전'현직 기사들은 한결같이 "회사 관리직 간부와 일부 노조 간부가 결탁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브로커 역할을 하는 일부 기사가 노조 간부에게 구직자를 알선하고, 돈을 받은 노조 간부가 회사에 채용을 요구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채용 담당 직원에게도 검은돈이 흘러들어 간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광주에서 한 시내버스 업체 영업부장이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올해 초 경남 김해에서도 노조 간부가 채용을 빌미로 돈을 받았다가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처럼 노조 간부의 입김이 기사 채용에 작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현행 노사 간 단체협약이 꼽힌다. 현재 대구 시내버스 노사 간 단체협약에는 '신규 채용 시 사측은 노조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규정을 악용한 일부 노조 간부들이 신규 채용 시 노조의 동의서를 요구하거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 심지어 노조 간부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신차를 배차하거나 예비기사를 고정기사로 만드는 보직변경에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게 기사들의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3년 임기인 노조 분회장 직을 유지하기 위해 노조가 신규 채용을 이용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한 시내버스 기사는 "지난해 합병한 모 업체의 경우 노조 간부에게 600만원씩 건네고 입사한 사람만 3명이 넘고, 이들은 모두 노조 간부 편에 섰다"고 주장했다.

검은 거래에는 회사 관리직 직원들도 연루돼 있다. 대부분 10여 년 이상 일하는 직원들이 많다 보니 '채용 장사'를 해도 정작 대표이사는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

시내버스 업계 종사자들은 버스기사의 뒷돈 채용을 막기 위해서는 노조 간부와 관리직 직원 간의 검은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채용 과정에 부정이 발생할 경우 이를 드러낼 수 있는 상시적인 실태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

대구 시내버스 한 업체 대표는 "수년 전 우리 회사의 한 간부가 채용을 빌미로 돈을 받았다가 발각돼 바로 해고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전국자동차노조연맹 대구버스지부 관계자는 "분회장의 추천을 회사 측이 무조건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입사를 하더라도 반드시 분회장 편에 서는 것도 아니다"며 "하지만 공정한 채용을 위해 노사간 협의를 통한 선발 제도를 만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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