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 테러 피해자 유족 "포로교환은 악몽"

팔' 테러 피해자 유족 "포로교환은 악몽"

이스라엘이 피랍 병사 길라드 샬리트(25)와 팔레스타인 재소자 1천27명을 맞교환키로 한 역사적인 '포로 교환'은 팔레스타인 테러 희생자 가족에게는 '악몽'으로 다가왔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10년 전 발생한 예루살렘 피자가게 폭탄테러로 딸을 잃은 로스 부부의 사연을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로스 부부는 전날 '샬리트 석방' 관련해 홍수처럼 쏟아지는 뉴스를 접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멀리 했다.

그들 집에서 아흐람 타미미의 목소리를 듣거나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타미미는 2001년 예루살렘 시내의 스바로 피자가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에 연루돼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용됐다가 이번에 풀려난 팔레스타인 재소자다.

로스 부부 딸인 말리키는 당시 폭탄 테러로 다른 14명과 함께 숨졌다.

로스 부부는 친구와 친척들로부터 샬리트 석방 뉴스를 간접적으로 접하거나, 인터넷도 영문 사이트만 조심스럽게 열어볼 뿐이다.

말리키의 어머니 프리메트는 "이번 포로 교환 협상은 엄청난 실패"라며 국가가 국민 보호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샬리트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어 기쁘다. 정말 대단하고 다행스러운 뉴스다. 그렇지만, 동시에 슬픔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또 "우리는 이번 건을 이해하고 견디는데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며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의 석방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물론 매우 두렵기도 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프리메트는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알기에 샬리트 부모가 아들과 재회한 것에 기쁘다고 했다.

말리키는 로스 부부의 일곱 명의 자녀 가운데 넷째 딸이다. 말리키가 만약 살아있다면 5년 만에 석방된 샬리트와 같은 25살이 된다.

로스 부부의 집 거실 탁자에는 말리키와 친한 친구 미첼 라지엘이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라지엘은 폭탄 테러 당시 말리키와 함께 사망했다. 둘은 나란히 묘지에 안장됐다.

로스 부부는 자녀를 집에 불러들이지도 않았고, 예루살렘 폭탄 테러 희생자 가족과도 연락을 취하지 않기로 했다. 오로지 텔레비전과 거리를 두기로만 했다.

프리메트는 "오늘 아침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이 웃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꿈을 꿔 왔지만, 이것은 악몽이다"라고 말했다.

샬리트의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의 포로 교환은 폭탄 테러로 숨진 수백 명의 희생자 가족들에게 감정적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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