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시장을 모르면 대구 사람이 아니다. 대구에서 웬만큼 산 사람은 교동시장에 안 가본 사람이 거의 없다. 40대 이후 중년이라면, 학창시절 동성로에 진출(?)할 때 자동으로 향하던 코스다. 교동시장과 얽힌 사연도 다양하다. 그곳엔 늘 먹거리가 넘쳤다. 노점상과 가게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면서 낭만이 있었다. 고향 집처럼 언제나 정감이 듬뿍 묻어난다.
◆교동시장 역사
'교동'은 조선 시대 국립교육기관인 향교가 있던 곳이다. 6'25전쟁 때 대구에 몰려든 피란민과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군수품이 어우러져 교동에 시장이 들어섰다. 대구의 명동으로 불리는 번화한 거리 동성로와 연결되어 있는 특성으로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교동시장은 1956년 정식허가를 냈다. 보따리 무역을 통한 수입물품과 군수품을 기반으로 1970, 80년대에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다양한 업종이 골목을 중심으로 집적화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먹자골목을 지나면 옷가게 골목, 컴퓨터상가인 전자골목, 귀금속거리, 수입식품, 오디오, 조명 상가 등 다양하다.
◆양키시장! 도깨비시장!
교동시장은 이름도 다양하다. 한때 양키시장, 도깨비시장으로 불렸다. 양키시장은 미군 군복과 군화, 구제품 등 미국제품이 많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도깨비시장은 외제물품 단속반이 떴다 하면 상가마다 그 많던 물건이 순식간에 감춰지고, 아무것도 없는 상점에서 손님이 주문만 하면 무엇이든지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만들어(?) 낸다고 해서 불린 이름이다.
교동시장이란 이름은 동네이름이 교동(법정동)이라서 교동에 있는 시장이란 뜻이다. 행정동은 중구 성내1동이다.
◆먹자골목 풍경
"아줌마 오뎅 하나, 떡볶이에 납작만두 하나!"
40대 이상 중년은 고교 시절 방과 후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친구들과 어울려 교동시장으로 몰려가던 추억이 있다. 그 시절, 단돈 몇천원이면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대표 먹거리인 납작만두와 떡볶이, 일명 빨간 오뎅인 양념 어묵, 오징어 부침개, 빈대떡 등은 한창 먹을 시기인 청소년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던 추억의 먹거리다. 이외에도 수십 가지의 메뉴가 즐비해 무엇이든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교동시장의 먹자골목에 들어서면 고소한 음식 냄새가 진동한다. 집집마다 길가에서 널찍한 철판에 납작만두와 떡볶이, 양념 어묵을 만들고 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대부분 가게 안에 자리를 마련해두고 있지만, 길거리에 서서 먹는 재미도 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먹자골목은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댔다. 1986년까지 60여 개소가 호황을 누렸지만, 이젠 겨우 횟집 3개소에다 10여 집만 영업을 하고 있다. 먹자골목 중간에 커다란 양푼에 소라를 가득 담아 팔던 그 아주머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들이 그립다.
##교동시장 상인회
"대구사람이라면 교동시장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름도 양키시장, 도깨비시장 등 특성을 잘 나타내는 그 이름만큼 역사도 깊고, 정겨운 서민의 대표시장이지요."
교동시장 활성화구역 상인회 손경석(56) 회장과 최곤우(49) 총무.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교동시장의 현대화에 노력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교동시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는 칭찬에 대해 손 회장은 "함께 도와주고 적극적으로 후원해주는 골목 회장들과 회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회원들에게 공을 돌린다.
교동시장 상인회는 2007년 3월에 정식으로 출범, 현재 1천300여 상가 중 820명이 회원으로 등록한 상태다.
손 회장은 "교동시장에는 진짜 유명한 가게들이 많습니다. 초창기 때 이북에서 내려온 할머니 세 분이 아직 생존해 계시기도 하고, 요즘엔 손 뜨개질 세 집도 다문화가정 20명을 교육하는 등 좋은 일을 하는 곳이 많다"고 소개한다.
손 회장과 최 총무는 성황을 누렸던 1980년대의 그 명성을 되찾기 위해 교동시장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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