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밥값도 못 하는 경찰, 뭘 보고 부려 먹겠나

경찰은 안중에도 없었다. 어저께 인천에서 벌어진 조폭들 심야 난투극 이야기다. 현장에 경찰관 75명이 배치돼 있는데도 조폭 130여 명이 서로 칼부림을 하며 거리를 활보했다. 경찰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그 지경일까. 경찰은 순찰차 안에서 경고 방송만 하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차라리 허수아비를 세워놓았더라면 그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최근 부산과 서울, 인천 등지에서 조폭 간 이권'영역 다툼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대놓고 벌이는 조폭들 다툼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은 전국 220개 조직, 5천400여 명의 조폭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조폭 축에도 못 끼는 동네 조폭들이 코앞에서 난장판을 벌이는데도 시쳇말로 '쫀' 경찰이 어찌 조폭 관리를 하고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공권력의 위엄을 보여야 할 경찰이 이리 나약하고 기강이 풀어진 것은 스스로 제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얼마 전 조현오 경찰청장은 "주말에 쉬지도 않고 휴가도 안 가는데 왜 차관 월급을 주느냐"며 처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보수라도 제대로 줘가며 부려 먹어야지, 처우도 제대로 안 하면서 부려 먹는 것은 곤란하다"고까지 했다. 경찰 총수의 이런 발언에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이다. 조폭이 제 세상처럼 설쳐대도 끽소리 한 번 못 하고, 청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답은 뻔하다.

경찰은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기에 공권력을 맡긴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임무마저 제대로 못 해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데도 월급 꼬박꼬박 줘야 한다면 경찰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꼴이다. 우발적 충돌이라며 손 놓고 있다 상황 종료되고 뒤늦게 집중 단속한다며 요란을 떠는 대한민국 경찰이 국민들 속이 어떨지 알기나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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