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치과 치료와 음주

치과치료가 끝난 후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밥은 언제 먹을 수 있는가?'이고, 가끔은 '술을 마셔도 되는지?'를 묻는 분들이 있다. 특히 연말이 가까워지면 술에 대한 질문이 늘어난다. 어떤 분들은 술의 알코올 성분이 입안을 소독하여 주기 때문에 치과치료 후 술을 마셔도 된다는 근거 없는 말로 권주가를 부르기도 한다. 술이 치과치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으나 치과치료 후에는 금주하는 것이 유리하다.

가끔은 술을 먹고 치과치료를 받으러 오는 분들이 있다. 점심 먹으면서 반주로 한두 잔 술을 먹고 오는 경우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는데 좀 심한 분들도 있다. 언젠가 어떤 남자 분이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얼마나 술을 많이 먹고 왔는지 발음이 꼬이고 횡설수설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중히 오늘은 치료가 되지 않으니 다음날 술이 깬 상태에서 치료할 것을 권하고 돌려보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퇴근 준비를 하는데 그 남자 분이 다시 왔다. 술이 취해 비틀거리며 내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치과라고 대답하자 그럼 온 김에 치료를 받겠다고 했다. 아마도 2차로 술집을 간다는 것이 정신이 없어 치과로 온 듯했다.

약간 화가 나기는 했지만 술 먹은 사람과 싸울 수도 없어서 퇴근시간이라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혼자 무슨 말을 하는지 중얼거리면서 "다시는 이 놈의 치과에 안 온다"며 가버렸다. 속으로 제발 부탁이니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퇴근을 하는데 큰길에서 비틀거리면서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있어 가만 보니 아까 그 사람이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에 직원이 급히 불러서 진료실에 나갔더니 그 사람이 또 술을 먹고 와 있었다. 그날도 낮부터 술이 취해 횡설수설하면서 전혀 대화가 되지 않았다. 화도 나고 귀찮기도 하여 직원에게 돌려보내라고 하니 안 가고 버티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큰 소리로 "여기는 치과이지 술집이 아니다"라며 다른 환자 진료에 방해된다고 하자 대기실에서 술 깰 때까지 있겠다고 했다. '술은 집에 가서 깨라'고 해도 듣지 않아서 결국에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돌려보낸 적이 있었다.

인간이 포도나무를 심고 있는데 악마가 다가와서 자기도 한몫 끼게 해 달라고 애원하면서 양과 사자, 원숭이, 돼지 피를 차례대로 거름으로 주었다. 그 결과 인간은 술을 처음 마실 때에는 양처럼 온순하지만,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용감해지고, 조금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를 부르며, 더 많이 마시면 돼지처럼 추해져 토하고 뒹군다고 한다.

이제 얼마 후면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송년회를 많이 하게 된다. 적당한 음주로 건강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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