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에서] 살바도르 달리 작 '드디어 기사가 된 돈키호테'

작품 속 이미지로 자신의 존재감 과시

작품 속의 한 인물이 우리를 막아선다. 팔과 다리를 X자형으로 벌린 채 한 손에 창을, 다른 손엔 방패를 들고 버티어 서 있다. 속도감 있는 자유로운 필선이 반복적으로 선회하면서 만드는 인체의 비정형적 볼륨은 매우 불안하게 흔들리면서도 마치 바람을 몰고 온 사나이처럼 많은 저항감을 주고 있다. 인물의 자세가 공격적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저돌성을 내재하고 있는 듯하다. 적어도 우리 앞을 막아서서 쉽게 통과시키지 않으리라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드디어 기사가 되다'라는 명제의 이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의 돈키호테 석판화 연작 12점 중 한 점이다. 돈키호테 연작은 세르반테스의 상상력에 화가 달리의 상상력이 더하여짐으로써 주인공 돈키호테는 우리에게 더욱 기상천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달리와 돈키호테의 캐릭터에는 많은 유사성이 있음이 흥미롭다. 현실에 대한 부적응과 기인적인 행태로 가득 찬 달리의 삶과 작업은 20세기 현대미술과 문화에 매우 저돌적인 공격성으로 비춰진다는 점에서 돈키호테와 상통하는 일면이 있다. 그래서 달리는 돈키호테에 주목하고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작품 속의 이미지로 풀어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달리의 돈키호테'전은 달리 작품세계의 작은 한 부분이면서도 달리의 삶과 생애와 유사한 인물인 돈키호테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감상의 자리가 되고 있다. 작품 '드디어 기사가 된 돈키호테'는 매우 정적이면서도 역동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한다. 그리고 앞을 향해 치닫기만 하는 오늘의 세상과 인생들을 향해서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만 같다. "정지! 정지하란 말이다." 기사의 외침을 듣고 잠시 멈춰 서서 우리 자신과 시대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오의석 대구가톨릭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달리의 돈키호테'전 ~2일 인터불고 갤러리 053)602-7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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