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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인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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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결혼한 신부가 처음 여보, 라고 부르는 것처럼

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불쑥 봉분 하나 나타난다

인기척이다

여보, 라는 봉긋한 입술로

첫발음의 은밀함으로

일가를 이루자고 불러 세우는 저건 분명 사람의 기척이다

기어코 여기 와 누운 몸이 있었기에

뒤척임도 없이 저렇게 인기척을 내는 것

새 신부 적 여보, 라는 첫말의 엠보싱으로

저기 말랑히 누웠다 일어나는 기척들

누가 올 것도 누가 갈 것도

먼저 간 것도 나중 간 것도 염두에 없이

지나가는 기척을 가만히 불러 세우는 봉분의 인기척

천수호

 

'여보'라 부르기까지 당신은 얼마의 시간이 걸렸나. 갓 결혼한 신부, 그 두근거림이 다 보이네. 그런 망설임과 수줍음과 조심스러움 안고 에라 모르겠다 불쑥 '여보'라 보낸 말이 산길 불쑥 나타나는 봉분을 닮았다는 시인의 전언. 그 전언에는 인식과 이미지가 리본처럼 묶여 있다.

여보라 부를 때 봉긋해지는 입술 이미지가 봉분으로 치환되고 다시 봉분은 수줍은 여보라는 말에 가볍게 기댄다. 그것이 이미지들의 인기척, 사물들의 인기척으로 길항. 무엇보다 갓 결혼한 신부가 '여보'라는 말 앞에서 쩔쩔매는 순한 망설임이 이 시의 맛.

아아, 너나없이 참으로 더디게 흘러나왔던 첫 인기척, '여보'라는 말처럼 봉분은 죽음이 보내는 조심스러운 인기척이겠다. 산길 걸을 때 나타나는 봉분, 한 번 더 돌아보는 이유는 그거 인기척이기 때문. 수줍게 '여보'라 부를 때 당신이 돌아다보는 그런 순간처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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