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 토크(50)] 시나위 (상)

'정통 헤비메탈'이란 이질적 장르 시도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유독 주목받지 못하는 장르가 있다. 바로 록음악이다. 흔히 한국 청년문화의 태동기로 이야기하는 1960년대 중반 '애드 훠'나 '키 보이스'같은 밴드들이 싸이키델릭을 표방하며 록음악을 구사했고 긴급조치 9호와 대마초 파동으로 많은 록음악가들이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시절에도 록과 트로트를 접목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우리는 '트로트 고고'라고 부르고 영국 등에서는 '록 뽕'(영국 음악전문지 등에서는 조용필 등 1970년대와 80년대 한국 록음악을 소개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이라고 부르는 이 스타일을 록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분명 록 이디엄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가요제에 많은 스쿨 밴드들이 출전하면서 록음악은 다시 한 번 기지개를 켜는듯 했지만 학생들이 보여 줄 수 있는 한계는 분명했다.

1980년대 중반 들면서 한국 록음악은 르네상스를 맞는 듯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아티스트들이 이합집산 하여 밴드를 만들었고 라이브 콘서트라는 형식으로 청년층의 지지를 받았다. 들국화나 신촌블루스 등으로 대표되는 이 시기의 밴드들은 포크 음악을 바탕으로 록음악을 구사했다. FM라디오와 다운타운 음악감상실은 이들을 절대적으로 후원했고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다양성을 자랑하던 시기를 만들었다. 심지어 TV 음악프로그램에서 댄스음악과 트로트, 록음악이 한 무대에 서는 일이 보통이었다. 이런 시기 한국 대중음악계는 가장 독특한 스타일의 음악을 만나게 된다. 다른 장르들이 이 전 시대의 스타일을 계승한다고 했을 때, 이 장르는 전혀 뜬금없는 것이었다. 바로 헤비메탈의 등장이었다.

헤비메탈(Heavy Metal)은 블루스 록을 헤비하게 표현했던 1960년대 말 영국 록 음악의 사조에서 시작된다. 레드 제플린(Led Zepplin)이나 딥 퍼플(Deep Purple)로 대변되는 이 시기의 스타일을 헤비메탈 또는 헤비 록으로 불렀다. 한국에서도 대학가요제 출전 밴드들 가운데 헤비메탈을 바탕으로 한 팀이 있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특히 음향과 녹음 기술 등에서 당시로는 소화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장르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런 시기 정통 헤비메탈을 선보인 '시나위'의 데뷔앨범이 공개되었다.

시나위의 데뷔앨범은 헤비메탈이라는 이질적인 장르를 시도했다는 점 이외에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먼저 레코딩 기술 면에서 진일보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록밴드들이 들려 준 사운드는 그저 시끄럽거나 공격적인 소리만을 표현했다. 하지만 시나위의 데뷔 앨범은 믹싱과 마스터링 등 레코딩 기술 전반에서 헤비메탈의 소리를 충실하게 표현했다. 당시의 한국 레코딩 기술로는 부족했던 부분을 아티스트와 레코딩 엔지니어들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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