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마케팅이 성행하는 시장에서 업계는 어느 정도의 가격을 제시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이제 한물간 구시대적 고민이다. 소비자의 패턴에 맞게 유동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스마트 프라이징'(smart pricing)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을 올려주는 가격 인상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무턱대고 가격을 올렸다가는 소비자의 반발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로 수입 담배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BAT코리아는 지난 5월 담뱃값을 200원 인상하자 경쟁사인 필립모리스에 밀려났다. 담뱃잎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자 매출이 30% 급감한 것이다.
스마트 프라이징이란 소비자가 느끼는 제품의 가치에 맞춰 가격을 제시하는 서비스다. 소비자들과 암묵적 동의가 이뤄진다면 업계는 특정 시간, 특정 서비스에 차등의 요금을 제시한다. 한 미용실 체인점을 예로 들자. 지난 9월 한 달 동안 오전 8~11시에 방문하는 고객에 한해 염색과 파마 비용을 3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전달보다 매출이 20%나 오른 것이다. 아침 고객들은 값싼 가격에 서비스를 받았고, 주말에 찾는 직장인들은 대기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다.
장소 차별화로 가격을 결정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의 한 유명 호텔 일식당은 시내 전망이 좋은 별실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1인당 10만원대의 코스 요리만 주문받는다. 3만~5만원대의 단품 요리는 홀에서만 주문할 수 있다. 별실에는 1명씩 전담 직원이 배치된다. 독립된 공간에서 더 편하게 식사하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는 가격 차별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뮤지컬'콘서트 공연장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무대가 잘 보이는 VIP석 요금은 2층이나 1층의 구석진 자리보다 5배가량 비싸다. 좋은 자리에 비싼 요금을 지불할 여유가 있는 관객과 비교적 값싼 비용으로 공연을 즐기고 싶은 관객 모두를 겨냥한 것이다.
가격을 올리면서도 소비자에게 외면 받지 않으려면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서 가치를 극대화하는 기업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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