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에 '교육기부' 바람 솔솔

'아이들에 조금이나마 보탬됐으면…' 각 분야 전문가들 자발적 '싹\

대구에서 시민들의
대구에서 시민들의 '교육 기부' 바람이 싹을 틔우고 있다. 학생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석영순 씨가 동구 동호초교 복도에 자신이 그린 위인들의 초상화를 전시, 구경 중인 학생들과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작은 관심이 미래를 키우는 씨앗이 됩니다.'

대구에 '교육 기부'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자신이 가진 재능, 기술 등을 학생들과 나눔으로써 희망의 싹을 틔우는 데 힘을 보태려는 지역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대구시교육청도 '교육 기부' 문화 조성을 위해 기부 신청 홈페이지를 여는 등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3일 찾은 대구시 동구 동호초교. 현관으로 들어서자 위인들의 유화 초상 20점이 눈에 들어왔다. 김구, 김산, 안창호, 안중근, 한용운, 윤봉길, 유관순 등 독립지사와 슈바이처, 테레사 수녀 등이 그림 속 주인공. 지난달 31일부터 이곳에서 학생들과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이 학교 병설유치원에서 3년째 업무 보조를 하면서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림을 가르치는 일을 해온 석영순(56'여) 씨가 대학 시절 전공을 살려 그린 것. 그림 아래에는 위인들의 일생을 간단히 요약해 적었다. 암담한 시기에 많은 이들에게 빛이 돼준 위인들을 그린 터라 전시회 제목은 '별을 보는 사람들'로 붙였다. 그에 어울리게 모든 초상화 배경은 검은 밤하늘에 작은 별들이 떠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도움이 되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위인들을 그리게 된 거죠. 이 그림과 마주하면 아이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계속 위인들의 얼굴을 그려나갈 생각입니다."

'요은서당'(서구 내당동)의 훈장 손재현(65) 씨는 주변 학교 학생들에게 무료로 사자소학, 명심보감, 한문을 가르치고 있다. 1993년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2시간 동안 이어온 일이다. 생계수단이던 개인사업을 접은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 일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학생들만 1천400여 명. 현재는 서도초교, 내서초교 등에서 온 수강생 20여 명이 손 씨의 지도를 받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며 생각이 깊어지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이 아주 큽니다. 제가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에요. 아이가 한 명이라도 서당에 오는 한 계속 해야죠."

사진관을 운영하는 마박열(47) 씨는 올해 초부터 서부교육지원청이 소개하는 학교를 찾아 카메라와 사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지난해 자녀가 다니던 관문초교에서 '재능 기부' 신청을 받는다기에 덜컥 신청해버린 것이 이 일에 발을 딛게 된 계기. 수강생 수준에 따라 눈높이도 맞춘다. 초등학생들에겐 카메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부터 카메라 앵글 잡는 법 등을 알려주고 중학생들에게는 상황이나 촬영 대상에 따른 카메라 조작법까지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처음엔 제 아이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인데 이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저 또한 기쁨을 느낍니다. 아무래도 그만두긴 힘들 것 같아요."

대구시교육청도 교육 기부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학, 전문대학, 대구시청,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와 체험학습장 확보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창의적체험활동지원센터 홈페이지(crm.dge.go.kr)를 개설해 온라인으로 교육기부 신청을 받고 있는 것.

시교육청 관계자는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 속에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란다"며 "지역 사회가 함께 대구 인재를 키워나간다는 생각을 갖고 조금씩이라도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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