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격만 따지지 말고 환경·인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로

소비자 주권 찾기 어떻게

기업들이 이처럼 '끼워팔기'나 심지어는 더 많은 제품을 주면서도 더 적은 가격을 받는 이유는 소비를 조장해 전체 매출을 늘리려는 기업들의 상술이 숨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소비자연맹 양순남 사무국장은 "끼워팔기를 통해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하고, 일부 제품들의 경우에는 다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제품으로 바꾸도록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쥐고 있는 결정자인데도 불구하고 기업에 끌려가는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숫자로는 다수이지만 집단화하기 힘든 모래알 같은 '개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안동대 생활환경복지학과 김정희 교수는 "개별 소비자들은 이슈가 생기면 흥분하지만, 막상 자신의 소비 문제로 대두하게 되면 가격에 민감하고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그런 반면에 기업은 끊임없이 소비자의 행태를 연구해서 소비자가 변화하는 것 이상으로 앞서서 마케팅 전략을 쏟아내기 때문에 늘 끌려가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격만 따지는 현명한 소비에서 환경과 윤리, 인간을 생각하는 소비로 행동 패턴을 바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 교수는 "결국 소비에 있어서 화폐라는 수단을 쥐고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소비자"라면서 "소비자에게는 이 투표권을 잘 행사해서 좋은 제품,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제품들이 많이 생산이 되도록 해야 하는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가톨릭대 생활복지주거학과 유두련 교수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책임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당장 가격 차가 발생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행동 패턴을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시민들이 인식을 환기시키고, 정부의 정책을 통해 기업에 인센티브와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결국은 사회 전체를 위한 바람직한 소비로 변화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자동차소비자연맹 이정주 회장은 차량의 선제조 후판매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생산자의 편의만을 고려해 판매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생산을 할 필요가 있다"며 "사전에 만들어놓고 판매하는 방식이 되다 보니 심지어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재고나 반품차, 전시차 등을 정상가격으로 판매하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윤조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