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는 주변 나라들을 정복할 때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전술을 사용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와는 동맹을 맺고 가까운 나라를 치는 것이다. 독일의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을 때도 같은 전술을 썼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을 때 러시아에는 전의(戰意)를 드러내지 않았으며, 독일군이 체코로 진격했을 때도 영국과 각을 세우지 않았다. 약소국의 외교 전략도 마찬가지이다.
힘센 나라와 동맹을 맺을 경우 가급적 거리가 먼 강대국을 택하는 것이 지정학적으로 실리가 있음은 역사가 말해준다. 이웃한 나라는 관계가 악화될 경우 오히려 공격의 대상이 될 수가 있고, 종속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세계는 거대 중국의 파워를 실감하고 있다. 진나라 이후 역대 중국 왕조의 대외 정책은 힘이 있을 때는 늘 공세적이었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는 그 영향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6'25전쟁 때 중국군의 역할이 그렇고, 최근의 동북공정도 예삿일이 아니다. 오늘 이 순간도 중국은 그 국력을 배경으로 우리 영해에서 노략질을 일삼고 있다. 서해 바다를 새까맣게 뒤덮은 중국 어선은 6'25전쟁 당시 중국군의 인해전술을 떠올린다. 중국 어선은 단속에 나선 우리 해경 함정에 무력으로 저항하고 위협적인 집단 시위를 벌이며 국경을 침범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총기 사용만 없다 뿐이지 온갖 흉기가 난무하는 단속 현장을 감시하던 해경 간부가 순직하고 수십 명의 해경이 다치거나 죽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온통 한미 FTA에만 매달려 관심조차 없다. 만약 미국 어선이 이처럼 동해 바다를 뒤덮고 불법 조업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남한 중심의 한반도 통일에 동조하며 경제적으로도 지원과 협력의 관계인 미국에는 결사 반대를 외치면서, 한반도의 분단된 현상을 원하며 남한에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의 혈맹 중국에 대해서는 한마디 반론도 없는 게 오늘 우리의 정치외교적 현실이다.
지난 시절 미국이 우리 현대사를 왜곡시키고 겨레의 운명에 얼룩을 남겼다고 인식하더라도 지금은 우리 국력이 신장되고 국제 정세가 크게 달라졌다. 반미(反美)만이 능사가 아니다. 근공(近攻)을 당할수록 원교(遠交)가 필요할 것이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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