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 선배님 보고 싶습니다/어머니가 제일 예뻐/아가야/11월은/저물 뜰에서

♥수필1-선배님 보고 싶습니다

26년을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생활하시며 일어났던 당황스러움, 뿌듯함, 즐거웠던 일, 속상했던 일 마치 필름처럼 떠오르시지요. 바쁜 와중에도 늘 밝게 여유롭게 후배인 저를 챙겨주시고 보듬어주신 사랑에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학교생활이 힘들고 어려울 때면 선생님께 투정부리고, 하소연이라도 하면 선생님은 늘 큰 가슴으로 따뜻한 어미 새처럼 품어 주셨습니다. 이제는 공(公)적인 사람이 아닌 사적인 자유인이 되셨지요. 창공에 나는 새처럼, 선생님 자신을 위한 새로운 삶을 마음껏 펼쳐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더 건강하시고, 더 밝으시고, 더 여유로워지시고 더 아름다워지시리라 믿습니다.

"현미야" 하시면 불러주시던 정겨운 목소리. 잘 만드신 교육 자료 보내주시며 참고 하라던 정다운 메시지. 친정아버지 죽음으로 힘들어 할 때 위로해 주시던 따뜻한 손길. 맛있는 음식 사주시면 "먹고 힘내자" 라며 용기 주시던 모습. 학교에 어려운 아이들 선생님 자식처럼 돌봐주시던 모습. 어느 것 하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저희 딸아이가"엄마는 최성희 선생님만 칭찬해, 최성희 선생님이 그렇게 좋아. 엄마는 좋겠다 세상에 태어나 좋은 사람 한 사람만이라도 옆에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엄마는 최성희 선생님이 있으니 행복한 사람이야" 라고 합니다.

선생님, 앞으로도 많이 보고 싶어지고 많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늘 함께 같은 길을 걸으며 함께 고민한 시간도 그립습니다. 그 길을 이제는 같이 가지 못해 많이 서운합니다.

깊어가는 가을날에 멀리 계시는 선생님께 안부 전합니다.

노현미(대구 달서구 송현2동)

♥수필2-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가을을 무지 많이 타는 감수성이 예민하신 어머니께서 주방으로 가시며 그러셨다.

"아들아, 어머니가 혼자서 아들을 짝사랑하는 건가?" 말씀인즉, 며칠 전에 몇 번이나 문자를 넣었는데도 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어머니께 신경을 못 쓴 건 사실이다. 오십을 바라보고 있지만 항상 도전하는 정신, 두려움에 주저하거나 피해가지 않고 부닥쳐 해내고 마는 근성이 몸에 밴 어머니는 아직도 직장생활을 하시며 자기 발전에 끊임없이 노력하신다. 얼마 전 중요한 시험이 있다는데도 찹쌀떡도 사드리지 못했다. 당당히 합격할 줄 알았던 결과 발표에 어머니 이름이 없자 어머니가 얼마나 실망이 컸던지 우울해하며 하신 말씀이다.

소녀처럼 가을을 노래하고 싶고, 그 노래를 글로 표현하고 싶었던 어머니. 얼마 전 어머니 친구의 아들이 여자 친구가 생겼는데 어머니 친구가 무척 섭섭해하더란 말을 전하며 동감하셨다던 어머니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내 아들이 그녀의 애인이 된다면 질투 날 것 같아"라고 우스갯소리로 하셨던 말씀이 귀에 간질거린다. 차마, 그녀의 남자 친구가 이미 되었다는 말을 못하고 "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며 뽀뽀를 하니 환하게 웃으셨다. 눈가에 잔주름 서너 가닥 만들며 소녀처럼 말이다.

박종민(대구 서구 내당3동)

♥시1-아가야

아가야 이른 봄날 새싹이 움트는 것

이보다 덜 할 거다 긴 고통 이겨내고

이 엄마 딸이 되어주어 정말로 고맙구나

세상에 처음 보는 내 딸의 앙증맞음

엄마는 감격하여 눈물이 흐르더라

이래서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 그런가

삼일의 진통 끝에 순산한 자연분만

새까만 머리카락 앙다문 입술 보니

엄마가 천사를 낳았으니 천상인줄 알았다

아가야 우리만남 소중히 간직하여

행복한 가정으로 예쁘게 키워줄게

이 세상 박차고 나오던 그 힘으로 살거라.

※이제 태어난 지 2주 지난 아기를 보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지어 보았습니다.

김윤영(대구 달서구 월성동)

♥시2-11월은

11월은

인생이 무엇인가

자꾸만 물어오지

나는 모르지

나는 모르지

외면해도

자연은

인생이란 이런 거라고

보여주고 있지

그걸 보며

이마에 주름 골이

깊어가는

달이라 생각하지

김영석(대구 달서구 성당1동)

♥시2-저문 뜰에서

해 어름 초사흘 달

뜨는 듯 기울이고

이끼 낀 돌담길에

낙엽향기 설레면

내 마음

우편 함 되어

저문 뜰에 서 있다.

조정향(대구 중구 대봉1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장분남(경산시 진량읍)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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