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서 10년째 '여성 상인 음악교실' 운영 조기혜 씨

노래·풍물로 문화 갈증 풀고 고단한 심신엔 활력 듬뿍

"서문시장에서 장사하는 여성 상인들의 고단한 심신을 풀어주고 활기찬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래교실을 마련했지예."

23일 저녁 서문시장 북편 서남빌딩 4층. 300㎡ 남짓한 실내에 중년 여성들의 합창소리가 청량하게 울려퍼졌다. 노래 곡목은 가수 신유의 '꿀물'. 50여 명의 여성들은 의자에 앉아 강사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한 구절씩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이들은 서문시장 상인들로 영업을 마친 후 취미생활로 노래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 상인들이 하루 종일 장사를 하다 보면 몸이 정말로 힘들거예요. 하지만 많은 상인들이 맘껏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인기가 많아요."

서문시장 동산상가에서 30년 동안 이불·혼수품 장사를 하고 있는 조기혜(53) 씨는 10년째 노래교실을 열어 여성 상인들에게 음악적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노래교실은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에 열리며 강사 초청비로 회원 1인당 매월 1만원씩의 실비만 받고 있다. 장소 임대료를 포함한 부대비용은 모두 조 씨가 부담하고 있다.

조 씨는 노래교실에 필요한 노래방기기, 대형화면, 전자오르간, 피아노 등 음악기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1천500만원 정도의 각종 비용을 부담했다. 회원은 처음 10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70명으로 불어났다. 처음 노래교실은 동산상가번영회의 도움으로 상가 옥상에 장소를 마련해 8년간 꾸려왔고 현재는 서남빌딩에서 2년째 열고 있다.

"10년간 노래교실에 참여한 상인만 아마 수천 명은 넘을 거예요. 서문시장의 웬만한 여성 상인은 한 번쯤 참여했다고 보면 됩니다."

조 씨는 노래교실에 참여한 상인 20여 명으로 서문합창단도 꾸렸다. 아직 활동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서문시장 홍보와 시장활성화를 위해 봉사할 계획이라는 것.

조 씨는 또 두 달 전부터 여성 상인들 대상으로 서문풍물교실을 열었다. 회원은 20여 명 참여하고 있고 매주 월(고급반), 화요일(기초반)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노래교실을 하는 장소에서 열고 있다.

"풍물의 기본인 장구부터 배우고 있지만 상인들이 너무 즐거워해요. 2시간 동안 장구를 두들기고 나면 기분까지 날아갈 듯 얼굴에 생기가 돌아요."

조 씨는 회원들과 장구, 북, 꽹과리, 징 등을 모두 배우고 나면 풍물팀을 구성해 서문시장에서 열리는 축제나 정월대보름 등 각종 행사에 봉사하겠다고 했다. 또 조 씨는 난타, 가곡, 전통춤 등의 교실도 마련해 여성 상인들의 취미생활을 도울 계획이다.

조 씨는 동산상가 1층에서 장사하는 상인들로 구성된'동일'회장을 1년째 맡아 상인들과 함께 사회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이들은 불우 이웃을 위해 어린이날이나 연말에 상인들이 팔고 남은 의류나 신발 등을 모아 교회에 기탁하고 있다.

그녀는 음악을 너무 좋아해 다른 단체에서 운영하는 가곡이나 노래교실에도 많이 다녔다고 한다. 악기 연주도 즐겨 색소폰, 전자오르간, 하모니카 등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딸 둘을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켰다. 큰딸은 결혼해 태국에서 여행 업무를 하고 있으며 미혼인 작은딸은 웹디자인을 전공해 호주의 한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다.

"서문시장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고마운 삶의 터전이죠. 앞으로도 삶에 지친 여성 상인들을 위한 음악봉사와 시장 활성화를 위해 힘이 닿는 한 계속 도울 겁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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