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마음의 책] 세계의 기이한 식습관, 문화생태학적 고찰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지음/ 서진영 옮김/ 한길사 펴냄

미국의 대표적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가 쓴 책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는 세계의 기이한 음식문화를 문화생태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책이다. 고기를 밝히는 사람들과 싫어하는 사람, 돼지고기를 혐오하게 된 배경, 암소를 신성시하게 된 까닭, 미국인과 쇠고기, 말고기와 개, 고양이 먹기뿐만 아니라, 식인까지 다룬다.

세계의 음식문화를 문화생태학적으로 설명하다 보면, 아무리 불합리해 보이는 습성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합리화로 귀착하기 쉽다. 마빈 해리스는 불합리해 보이는 습성이 관습이 될 때까지를 추적하고 분석할 뿐, 현존하는 관습이 영원할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시간의 가공할 파괴력은 철옹성도 무너뜨리기 마련이고, 음식 문화 역시 그 역학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은 잡식성이다. 그러나 독이 없다고 무엇이든 먹지는 않는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풀과 나무, 나뭇잎, 뿌리 등 생물학적으로 식용 가능한 먹을거리가 있지만 사람은 그중에 극히 일부만 먹는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내장이 많은 양의 섬유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화 생리학적 이유 외에 식도락 전통과 문화 때문에 거부하는 음식도 많다. 인도 힌두교도들은 쇠고기를 먹지 않고,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혐오하고, 미국인들은 말고기, 구더기, 메뚜기를 먹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먹는 보신탕에 대해서는 생각만 해도 구역질을 느낀다. 이에 반해 프랑스인과 벨기에인들은 말고기를 좋아하고, 대부분의 지중해 사람들은 염소고기를 무척 좋아한다. 구더기와 메뚜기를 진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쥐고기를 먹는 사회는 42개나 된다고 한다.

인도의 힌두교 사람들은 소를 신성시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베다시대 브라만 계급의 종교적 의무는 소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도살하는 것이었다. 소를 잡아 제사지내고, 전투가 끝난 뒤에는 소를 잡아 온 마을 사람들이 포식했다. 그러나 인구가 증가하고 경작이 일반화되면서 종전의 반목축적 생활방식은 농업과 낙농업으로 바뀌어갔다. 이 같은 변화는 물론 고기 소비를 줄이고 낙농식품과 밀, 수수, 콩 등 식물성 식품을 먹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알다시피 1칼로리를 얻기 위해 고기를 먹을 경우 곡물을 섭취할 때보다 추가로 9칼로리가 더 든다. 동물이 곡식을 먹고 살이 찐 다음에야 사람이 그 동물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책은 또 흔히 오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전쟁의 식인풍습'은 인간고기 사냥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간고기를 얻기 위해 인간을 사냥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고비용의)하다. 사냥꾼이 자기만큼 영리하고 강한 인간을 사냥한다는 것은 자기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마빈 해리스는 식인 풍습은 영양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의 부산물' 즉 용기의 증명, 복수, 의식 등을 지닌다고 분석한다.

이 책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음식문화와 그 사회의 관습과 역사, 생태학적 조건을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다. 기이한 음식문화와 풍습을 하나씩 읽어가는 동안 인간의 놀라운 적응력과 다양성도 확인할 수 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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