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흑인 노예들의 '모세' 해리엇 터브먼

1849년 오늘, 29살의 미국 흑인 여성 노예 해리엇 터브먼이 채찍질과 구타를 견디다 못해 메릴랜드에서 필라델피아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안위만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얼마 후 다시 돌아와 가족과 친척 수십 명을 탈출시켰다. 한 번에 한 그룹씩, 밤에만 은밀히 움직이는 방법으로 이들을 빼내갔다. 자신이 도망 간 사이 다른 여성과 결혼한 남편을 탈출시키려다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반노예 운동단체에 가입, 10여년간 300여 명의 흑인 노예들을 북부로 탈출시켰다. 위험한 고비가 적지 않았지만 여행객으로 위장한 그녀의 수법은 매우 뛰어나서 기지와 임기응변을 발휘하며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그녀가 탈주시킨 노예들에게 현상금이 걸렸지만 어느새 '모세' 라는 별명을 얻게 된 그녀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는 때때로 방어용으로 지닌 총을 마음이 약해진 탈주 노예에게 들이대며 갈 길을 재촉하기도 했다.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그녀는 북부군을 위한 스파이로 활약하면서 탐험대를 이끌고 습격에 나서 700여 명의 노예들을 자유인으로 만들었다. 전쟁 후 여성 참정권을 위해 활동한 그녀는 1913년, 93세의 나이로 숨졌다.

김지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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