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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야누스의 두 얼굴

윤중리 소설가
윤중리 소설가

다사다난(多事多難). 연말이 되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이 이것이다. 올 한 해도 나라 안팎으로 참 다사다난했다.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 사고, 이슬람 여러 나라들의 혁명,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유럽 국가들의 경제적 위기,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에 따른 혼란, 정치권의 이합집산, 북한 김정일의 사망, 학교 폭력과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이런 혼란 속에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새해는 좀 평화롭고 희망적이고 보람 있는 한 해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사람마다 다 같을 것이다.

1월을 영어로는 재뉴어리(January)라고 하는데, 이것은 로마 신화의 야누스(Janus)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문에 앞뒤가 없다고 생각하여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겼다. 야누스는 집이나 도시의 출입구 등 주로 문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였는데, 문은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므로 모든 사물과 계절의 시작과 출발을 주관하는 신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1월은 '야누스의 달', 곧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가 되었고, 여기에서 재뉴어리(January)가 나온 것이다.

야누스가 가졌던 두 개의 얼굴은 하나는 뒤를 돌아다보고 지난날을 반성하고, 다른 하나는 앞을 내어다 보고 미래를 설계하고 희망을 갖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송구영신의 연말연시가 바로 그러한 시간이다. 시간이란 원래 시작도 끝도 없는 것이다. 무한하고 영속적인 것이 시간이다. 그런데 인간들은 그러한 시간을 한 해, 한 달, 하루 등으로 크고 작은 여러 개의 토막으로 나누어 놓았다. 그것은 참으로 무모한 짓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혜로운 처사이기도 하다. 역사는 반복되고, 지나간 역사를 살피고 반성함으로써 새로운 역사에서는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지난 한 해와 새로이 맞이하는 한 해의 어름에 서 있다. 다사다난의 지난 시간을 꼼꼼히 살펴서 무엇이 잘 되었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깊이 반성하자. 그리고 새해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야 할지를 계획하고 옳고 바르게 살 것을 다짐하자. 반성과 다짐은 보다 정의롭고 평화롭고 인간답게 살기 위한 바탕이다. 특히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어서 또 정치적인 싸움판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싶어서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제발 선거가 조용하고 질서 있게, 원만하고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국민이 단합하고 나라가 안정된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야누스는 왜 두 개의 얼굴을 가졌을까를 생각하면서.

윤중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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