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양보운전과 음악감상의 변천사

아침 출근시간에 시내 도로가 한산한 곳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앞산 밑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필자 역시 출근하기 위해서 집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순환도로의 본선 합류가 불가피하다. 횡단보도 신호에 의해 운좋게 자동차들이 멈춰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보다 어렵게 끼어들어야 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좌측으로의 진입이 한결 쉬워졌다. 예전에는 깜빡이를 넣기만 하면 오히려 가속시켜 진입 허용을 원천봉쇄(?)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러한 현상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주행 중 차선 이동이나 본선 합류를 쉽게 양보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교통문화가 발전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우리 사회 전반의 문화환경과 연계하여 생각할 수 있다. 대구에는 다른 도시와 비교했을 때 문화기반시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연장 수만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무대공연을 기획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꼭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시민들은 선택의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에 마음을 살찌우기 쉬워졌다. 또한 각종 기기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일상의 문화의식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음악과 관련된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았다. 지금까지 필자가 음악을 감상하면서 굳이 감정적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었는데 이 앱은 현재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음악을 분류해 놓은 것이다. 용기가 필요할 때는 '베토벤 합창교향곡'을, 사색할 때는 '하이든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들어보라고 한다. '미용을 위해', '수면이 부족할 때', '슬플 때', '분노할 때'와 같이 정해놓은 카테고리가 20여 개나 된다.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감정이 누구에게나 공통적이진 않을 것이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전달되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기분에 따라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분류해 놓은 것은 단순한 길라잡이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각각의 멜로디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의해 우리의 뇌파와 일치되는 음악을 듣게 함으로써 기분이 좋을 때는 더욱 좋게,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할 때는 진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감상방법의 변천이다.

이렇게 음악의 감상만으로도 우리의 의식이 발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양보운전을 가능하게 하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감정의 공유이며 공연장과 갤러리에서 만들 수 있다. 내일이면 또 어떠한 음악감상 방법이 나올지 모르겠다. 나에게 여유가 없으면 음악이 들리지 않고, 미술작품이 보이지 않는다.

여 상 법(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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