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통령 얼굴은 이제 그만… 뽀로로가 대박 우표모델

국내 우표 등장 인물로 읽는 사회흐름 변화

400만장이 팔린
400만장이 팔린 '뽀롱 뽀롱 뽀로로' 우표

우표에 등장하는 인물을 보면 시대 상황을 알 수 있다. 산업 발전 양상이 우표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시리즈로 기획된 우표들은 사회의 변화상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정치'경제 등 국가의 주요 흐름을 읽을 수도 있다.

◆캐릭터, 우표를 장악하다

"줄을 서서 우표를 사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지난해 2월 출시된 '뽀롱뽀롱 뽀로로'(에디, 크롱, 뽀로로, 패티, 삐삐'뽀뽀, 포비, 해리, 루피, 통통이, 로디)는 2011년 우정사업본부 우표 판매의 핵이었다. 전국적으로 400만 장이 팔렸다. 통상 우표들이 140만 장 정도 팔리고, 많이 팔린다는 우표가 200만 장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기다.

우정사업본부는 한국의 캐릭터시리즈 첫 등장 모델이었던 '뽀롱뽀롱 뽀로로'의 여세를 몰아 다음 달 두 번째 캐릭터의 등장을 예고했다. '뿌까와 친구들'이다.

뽀로로의 인기만큼은 아니어도 캐릭터에 대한 높은 선호도가 반영될 것으로 우정사업본부는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발행 물량도 뽀로로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뽀로로'가 우표 도안 모델로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 우표에서 만화의 중요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만화 캐릭터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95년 5월이다. 440원짜리 우표로 김용환의 '코주부'와 130원짜리인 김수정의 '아기공룡 둘리'였다. 이후에도 김성환의 '고바우'와 이현세의 '까치', 이진주의 '달려라 하니' 등 모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만화 주인공들이 우표에 얼굴을 내비쳤다.

◆우표에 나타난 산업 변화

군정이 지속되던 1990년대 초까지 시리즈 우표는 국민 계몽과 캠페인성 소재가 주로 활용됐다. 1963년 12월 악기 시리즈로 처음 등장한 시리즈 우표에는 인물이나 캐릭터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1960년대는 관광 시리즈를 통해 주요 관광지를 우표에 담았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풀과 꽃을 담은 식물 시리즈와 새'어류'곤충류를 담은 동물 시리즈, 민속 시리즈, 동화 시리즈, 명화 시리즈 등 시리즈 우표에 인물은 없었다. 1970년대 역시 국립공원 시리즈, 의상 시리즈, 과실 시리즈, 화초 시리즈, 민족예능 시리즈, 도자기 시리즈, 석탑 시리즈 등 국민 계몽에 초점이 맞춰졌다.

1971년 그나마 색다른 소재가 우표에 등장하게 된다. 경제부흥 시리즈였다. 새마을 운동 등 당대 국가 시책에 부응하는 소재였다. 식량증산을 강조한 논, 전력 증대에 초점을 맞춘 댐 등이 시리즈 우표에 그림으로 들어갔다.

전두환 정권이 집권한 1980년대 역시 우표 도안 소재는 제한적이었지만 이전과 비해 경제에 집중한 도안이 적잖게 등장했다. 1981년 발행된 한국산 선박 시리즈가 산업 환경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들이 줄줄이 발행됐다. 1983년 포니2, 맵시, 훼미리 디럭스 지프, 봉고를 모델로 국산 자동차 시리즈가 나왔다.

2007년부터는 한국의 영화 시리즈가 우표에 실렸다. 나운규의 '아리랑'이 첫 모델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영화 산업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에 눈을 뜬 것이다. 동원 관객 1천만 명 시대를 연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친구' 등도 이후 우표의 주인공이 됐다.

◆대통령은 우표 단골 모델

우표에 인물이 가장 많이 등장한 경우는 대통령이었다. 1987년 이전까지는 시쳇말로 '심심하면' 모델로 나왔다.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 통치 기간이 7년이었음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더 많이 모델로 등장했다.

당시 대통령이 모델로 그려진 사유는 단순했다. 순방기념이다. 인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에 갈 때마다 기념우표가 나왔다. 다른 나라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덩달아 모델로 삽입됐다. 상대 국가의 명성이나 중요도는 고려 사안이 아니었다.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우표에 등장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 제11회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1988년 2월 퇴임 때까지 총 25회 등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3년 5대 대통령에 취임해 1979년 서거할 때까지 18회 등장한 것보다 더 많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우표 모델 등장 사유 역시 황당하다. 1955년과 1956년에는 3월 26일에 맞춰 '리승만 대통령 탄신 기념' 우표가 나왔다.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잦았던 대통령의 등장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 모든 대통령들은 취임기념 우표에 한 번 등장했을 뿐이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노벨평화상을 수상해 유일하게 2번 모델에 올랐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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