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난한 '특별 시민'보다 못한 서자 '지방'

가난한 집 맏아들/유진수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시골에 자식을 셋 둔 가난한 부모가 있었다. 장남이 성공하면 두 동생을 보살펴 줄 것으로 믿고, 어려운 살림에 논밭 팔고 소 팔아 장남을 의대까지 보내고 의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공한 장남은 자기 먹고살기도 어렵다며 부모 형제를 외면한다. 장남 때문에 부모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가난만 물려받은 두 동생은 당장 입에 풀칠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바쁘다.'

저자는 정부를 부모로, 재벌과 대기업을 이 '가난한 집 맏아들'로 비유했다. 하지만 현실은 더 끔찍하다. 성공한 맏아들은 가난하고 불쌍한 동생들을 그냥 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골목상권 진출 등으로 겨우겨우 먹고사는 밥통마저 빼앗고 있다.

저자는 또 "대한민국의 경제정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남-강북 간 불균형 개발 ▷친일파 후손의 의무 ▷도덕적 해이(론스타) ▷'나쁜' 맏아들 ▷'실패한' 맏아들 등 우리 사회의 경제현실을 파헤치고 비판한다. 그리고 1%의 성공을 위해 99%가 희생하는 것이 과연 당연하고 정당한 일인가라는 의문과 선택권도 없이 희생을 강요당한 99%는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할까라는 과제를 제시한다.

그렇지만 저자의 시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50여 년간 진짜 희생을 강요당한 '서자' 출신 막내아들 이야기는 쏙 빼놓았기 때문이다. 서울(수도권)의 부와 번영을 위해 버림받다시피한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의 이야기는 전혀 없다. 저자도 어쩔 수 없는 서울'특별'시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224쪽, 1만3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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