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책읽기] 중국, 지방정부에 적자의 책임을 묻다

적자난 권력-지방정부의 정책결정 오류 심층관찰/리빈 저(2003, 호북인민출판사)

권력이란 실체는 요사하다. 들추어보면 양파처럼 실체가 없음에도 트리나 폴러스가 쓴 '꽃들에게 희망을'에 등장하는 줄무늬 애벌레의 경우처럼 무심한 본능을 자극하여 맹목적인 지향을 유도한다. 아마도 권력상층부에는 황금덩어리에 버금가는 무언가가 있다고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음양이 공존하는 이치처럼 권력도 부정적인 면이 있다. 부패와 남용이 대표적이다. 쟁취과정에서도 그렇지만 과도하게 집중되거나 오랜 동안 정체하게 되면 부패하기 마련이고, 부패된 권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고 해당사회를 파멸로 이끈다.

리빈의 '적자난 권력-지방정부의 정책결정 오류 심층관찰'을 보면 중국사회 역시 권력이 주는 피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부패한 권력보다 무능한 권력이 더 무섭다고 강조한다. 중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국가 규모의 확대에 따라 권력분산 정책을 택하게 되었고, 우리의 지방자치제도와는 다르지만 지방정부의 정책결정권을 확대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누적된 적자로 인해 '파산'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지방정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원인을 지방정부의 정책결정오류에서 초래된 '적자'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한(武漢)시의 창장(長江)변 모래사장 개발사업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우한시는 2001년 총 1억6천만 위안의 자금을 투입하여 창장 모래사장에 주택건축을 시작하여 준공을 마쳤다. 그런데 그 사업은 원래 중앙정부가 1998년 반포한 '홍수방지법' 제22조 '하천 내 홍수방지에 지장을 주는 건축물의 건축금지'에 위반되는 것이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해당 사업구역이 1870년, 1931년, 1954년에 홍수재해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사업은 백지화되었고 투자자와 입주자 모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저자는 이 사안의 발생원인과 관련하여 지방정부의 비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서 비롯된 정책오류라고 진단하고, 장쩌민의 어록을 인용하여 모든 정책의 수립, 결정, 집행과정에는 철저히 민의를 수렴'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몇십 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홍수를 중앙에서 파견된 관료나 타지방에서 부임한 관료가 모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고 절실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심공약과 정책남발이 테러처럼 발생하는 우리 사회, 어쩌면 조만간 우리 모두는 부도난 사회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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