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로야구 조작, 실명·사례금액까지 거론

브로커들 "2010년시증 첫 이닝 볼넷" 진술…검찰, 선수 소환 불가

프로야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브로커들의 검찰 진술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브로커들은 검찰 수사에서 서울 연고인 한 구단의 선발투수 2명을 지목했으며 구체적인 승부조작 방법까지 밝혔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밝혀질 경우 시즌 개막을 두 달 앞둔 프로야구계에 2004년 프로야구를 뒤흔들었던 병역비리 사건을 능가하는 메가톤급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지목 선수 소환하나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대구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조호경)는 프로배구 승부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브로커 G(28)'K(25) 씨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주도해 프로야구에서도 승부조작을 했으며, 서울 연고 구단의 투수 A(26)'B(23) 선수 등 2명이 개입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들 브로커는 A'B 투수에게 '첫 이닝 볼넷'과 관련한 승부조작을 제안했고 구체적인 사례금액 이야기까지 오갔다고 진술했다. 시기는 2010년 시즌이며, A'B 투수들은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사례금을 받았고 대구 모 대학 야구선수 출신 인사가 브로커들과 두 선수를 연결시켜 줬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계에서는 2012년 시즌 프로야구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고 구체적인 선수들의 실명이 거론되는 만큼 국민들의 의혹 해소를 위해서라도 해당 선수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구지검 박은석 2차장검사는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는 프로야구 승부조작에 대한 수사나 수사계획은 없지만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는 제보나 진술 등 강력한 단서가 나올 경우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언론과 야구계 등에서 승부조작설이 계속해서 양산되지만 검찰이 수사와 거리를 두는 것은 수사 개시 후 엄청난 파급력이 예상되는 데 반해 검찰이 지금까지 확보한 정황과 진술 등의 단서는 약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승부조작 어떻게?

야구인들은 야구에서 승패를 목적으로 한 승부조작은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한두 선수를 포섭해서 될 일이 아닌데다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현장에 있는 선수와 코칭 스태프는 물론 모든 경기가 생중계돼 팬들의 날카로운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하지만 특정 선수의 특정 플레이가 대상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야구인은 "이번에 브로커들의 입에서 나온 '첫 이닝 볼넷'처럼 특정 플레이를 대상으로 배팅이 이뤄진다면 승부조작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 수백~수천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도박사이트 경우 승패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간단히 눈속임을 할 수 있는 게임 방법들이 수두룩하다. 선취점, 파울볼, 선취볼넷, 선취번트, 선취안타, 선취홈런, 선취 2루타, 선취 3루타, 투수강판, 스트라이크 개수, 삼진 개수 등 가장 다양한 방법으로 배팅이 이뤄지는 종목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브로커들의 진술에서 지목된 A'B 선수와 해당 구단은 15일 "승부조작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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