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대전이 끝난 시기, 미국 남부 출신의 작가 지망생 스팅고는 브루클린으로 이주해 온다. 그는 옆집에 사는 아름다운 폴란드 이민자 소피와 그녀의 남편 네이선과 친구가 된다. 스팅고는 소피의 팔에 일련번호가 찍혀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큰 고통을 겪었음을 직감한다.
어느 날 저녁, 스팅고는 소피와 얘기를 하게 되고 그녀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다. 소피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였던 것이다. 그녀는 결혼을 했지만 남편과 부친이 독일 수용소에서 죽음을 당했다. 이후 애인이 레지스탕스였다는 이유로 아우슈비츠로 보내졌다. 수용소로 가는 도중 소피에게 흑심을 품은 독일 장교가 그녀의 아이 둘 중 한 명만을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소피는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아들을 선택해 살려낸다. 딸이 죽게 된 비극적 상황에서도,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살아남아 수용소에 있는 아들을 구해내려고 필사의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결국 아들을 찾지 못하고 전쟁은 끝난다.
네이선 역시 홀로코스트의 끔찍한 기억에 사로잡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소피를 괴롭히는 망령과 네이선의 집착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었다. 소피의 아픈 과거를 알게 된 스팅고는 소피의 과거를 듣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는 소피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두 사람은 함께 떠났으나, 결국 소피는 다시 네이선에게 돌아가는데….
영화의 원작은 윌리엄 스타이런이 1979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전쟁이 개인에게 남긴 상처가 어떻게 개인을 파멸시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인간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극 중 소피는 유대인이 아니다. 소피의 부친은 폴란드인이면서 유대인을 혐오했고, 유대인을 죽이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소피의 부친 역시 나치가 폴란드의 지식인들을 처형하는 과정에서 살해됐다. 소피는 그런 아버지와, 아버지를 거역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고 증오한다. 유대인인 네이선은 수용소에서 살아나온 소피에게 창녀라고 욕하면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추궁한다. 그의 광기는 점점 심해지지만 소피는 그의 학대를 견딘다.
영화의 백미는 무엇보다 메릴 스트립의 훌륭한 연기다. 메릴 스트립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당한 비운의 여인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메릴 스트립은 마지막 장면을 한 번에 찍고 난 후, 다시 찍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머니로서 감정적으로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러닝타임 150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