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마음을 말하자면 갑자기 날아온 새누리당 후보가 떨어져서 당이 후회하게 만드는 것이죠."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한 예비후보 A씨의 진심은 이랬다. A씨는 현재 새누리당 한 후보 캠프에서 선거를 돕고 있다. 겉으로는 승복했지만 마음이 좋을 리 없다. 공정 경쟁도, 시스템 공천도 아니었던 불공정한 게임에서 진 그는 상대 후보의 '빨래'까지 떠안은 꼴이다.
대구경북에는 이런 '낙천 일꾼'이 비일비재하다. 나름의 정치력을 갖췄고, 오랫동안 터를 다져온 탓에 지역기반도 비교적 탄탄한데 공천 경쟁에서는 밀려난 이들이다. 공천권을 쥔 실력자에게 줄 댈 능력이 없어 '물'을 먹었지만 다시 새누리당을 위해 뛰고 있다.
새누리당으로선 부실 공천을 하다 보니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당이 '염치없게도' 공천에서 버렸던 이들에게 도와달라고 손짓할 만큼 뻔뻔할 수 있는 이유도 대구경북에서만큼은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간판만 보고 표를 찍는다는 절대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향으로 내려와 바닥을 다져온 B씨는 "새누리당이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높여 주민들이 선택한 자를 공천할 것이라 했는데 그걸 믿은 내가 어리석었다"고 했다. 그 역시 공천을 받은 한 후보 캠프에 들어갔다. "돕고는 있지만 그게 어디 진심이겠느냐"고 했다. B씨는 "4년 뒤 다시 출마한다면 무조건 서울에서 비비고, 공천하는 사람을 만나 공천을 받아낼 것"이라 했다. 그 목소리에는 체념과 후회가 짙게 배어 있었다.
새누리당이 선거가 3주일 남은 시점까지 후보자를 확정하지 않고 시간을 끈 것도 대구경북에서만큼은 '새누리당 공천장이 곧 국회의원 당선장'이 되는 정치 역사가 바뀐 적이 없다는 믿음과 오만함 때문이었다고 했다. "밖에서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애써 외면했는데 내 일이 되고 보니까 절감하겠더라"고 했다.
토종일꾼론을 내세우면서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다 떨어진 시의원 출신 C씨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정치 역정을 이야기하며 울먹였다. "새누리당 후보들을 한 번 봐라. 대구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서명 한 번 받아본 적 있느냐. 시장 바닥에 앉아 상인들과 어묵에 막걸리 한잔 기울여 봤느냐. 신공항 유치를 위해 삭발을 해봤느냐. 도대체 그들이 공천을 받은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고 쌓였던 감정을 쏟아냈다. C씨가 보기에 새누리당 후보는 그저 '무임승차'한 셈이다. 어디 이들뿐일까. 지역에 뿌리를 내리겠다고 오랫동안 터를 다져온 이들 대부분은 좌절하고 있다.
쏟아지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새누리당 지지도를 앞서는 후보는 전무하다. 후보 개인 지지표는 없고 당의 간판만 있다. 이렇게 '정당 덕'만 보는 후보들이 줄곧 당선된 탓에 그 고마움을 유권자가 아니라 공천을 준 서울 여의도에만 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칭만 지역구 의원이지 정작 지역에서 얼굴을 자주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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