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들과 함께 영화 스파이더맨을 본 적이 있다. 빌딩과 빌딩 사이를 오르내리는 스파이더맨의 능력은 매우 신기했다. 아들이 그때 내게 물었다. "아빠, 과연 인간이 스파이더맨과 같이 벽을 타고 갈 수 있나요?"
그때는 확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2006년 초 미국 스탠퍼드 기계공학과 김상배 박사는 게코 도마뱀의 손바닥에 돋아 있는 수많은 섬모를 모방해 유리벽을 기어오를 수 있도록 만든 로봇인 '스티키봇'을 발표했다. 자기 몸무게의 몇 배에 해당하는 무게를 견디고 벽이나 빌딩을 타고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지금까지 이룩한 수많은 과학의 발전 중에는 자연을 모방, 새로운 발명을 한 예가 수없이 많다. 가령 육식동물의 날카로운 발톱을 모방해 활과 화살을 만들어냈고, 엉겅퀴 씨앗이 옷에 엉겨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발명했다. 상어의 피부구조를 이용해 잠수함 등에서 물의 마찰 저항을 줄였다.
이처럼 우리의 수많은 과학의 발전 중 대부분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곤충이나 동물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가지는 고유의 장점이나 능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안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벼룩이 자신의 키의 200배 이상 뛰어오르고, 착지할 때도 다리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를 연구하고 있는 것도 자연에 대한 발견과 이해에서부터 과학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해 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사람의 능력으로 풀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오히려 작은 생명체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과학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자연의 능력과 위대함을 조금씩 발견해내는 사람이 아닐까?
현대 과학은 누가 먼저 '나노'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것을 이해하고 이를 응용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반도체 메모리'비메모리 소자 연구, 정보를 저장할 수 하드 디스크의 고집적'고밀도에 대한 연구, 나노로봇이나 나노 장치들을 미세 가공 및 조립하는 기술 등과 같은 공학적인 문제들에서부터 단백질, DNA와 같은 바이오물질들의 구조와 기능의 이해, 지능형 약물 전달 연구 및 새로운 피부생체조직 연구 등 첨단의 의학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나노바이오 기술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나노바이오기술은 생물, 화학, 물리, 재료, 전자 등 여러 과학 분야의 발전과 더불어 의학, 약학, 생물학의 발전을 활성화시키는 주요 기술이다.
이번 강연에서는 수많은 현대 과학이 그냥 모르고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작은 자연에 대한 발견과 연구로부터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 살펴보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식물의 특성을 어떻게 최신 나노바이오기술에 접목시키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볼 예정이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이해가 우리가 예부터 갖고 있는 과학에 대한 질문들, 예를 들어 인간이 자신의 키의 몇백 배 이상 튀어 오를 수 있을까, 사람이 물 위를 걸을 수 있을까 등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남대 기계공학부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나노바이오 칩을 이용한 새로운 분석 기술을 소개하고, 미래형 나노공학과 바이오기술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직결될 수 있는지 짧게나마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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