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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홍수시대 '정보 큐레이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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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의 시대/사사키 도시나오 지음/한석주 옮김/민음사 펴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세계 곳곳의 다양한 예술 작품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이를 빌려오거나 수집한 뒤 전체를 일괄하는 의미를 부여해 기획전 등을 여는 일을 하는 사람을 큐레이터라고 한다. 아마도 큐레이터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미술이나 역사적 유물 등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큐레이터가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나 역사적 유물이라 하더라도, 별 의미 없는 그저 그런 물건에 불과할 수 있다.

저자는 이제 미술관이나 박물관뿐만 아니라, 디지털 세계에도 가치 있는 정보를 얻는 데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큐레이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현대인의 일상은 데이터의 생산과 소비로 점철된 정보의 홍수 속에 빠져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손에 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페이스북 앱에 접속하여 새로 업데이트된 소식을 확인하고, 포털에 업데이트된 뉴스를 읽는다. 쓸모없는 것들도 많지만 나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실시간으로 갖가지 소식을 확인하는 것이 대다수 스마트기기 이용자들의 생활 습관이다. 예전 같으면 배달된 신문 한 번 보면 모든 것이 끝인데 말이다.

지식의 양이 폭증하다보니, 날마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사람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여기에서 큐레이션의 개념이 등장한다. 큐레이션의 정의는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하며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수집되기 전에는 광대한 노이즈의 바다에 표류하고 있던 단편적인 정보들이 큐레이터에 의해 끌어 올려져 의미를 부여받고 새로운 가치로 빛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디지털 미디어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정보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고 있고 그런 맥락에서 큐레이션이 무엇인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 비주류 음악인 월드뮤직의 프로모터, 이름 없는 노인의 낙서에서 새로운 예술을 발견한 작가, 평범한 사물에 공감의 이야기를 불어넣은 안경점 주인, 낭만의 화가가 아닌 아방가르드 작가 샤갈을 조명한 미술관 큐레이터, 정신병자들의 그림을 아웃사이드 아트로 끌어올린 정신과 의사들, 그리고 독자의 참여를 통해 기성 언론을 뛰어넘은 인터넷 뉴스매체 '허핑턴 포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주류 언론이나 학계, 혹은 대중들의 시선과는 별개로 자신만의 눈으로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낸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어젠다 설정에 있어 기성 매체의 권위가 실추하고 '나는 꼼수다'와 같은 팟캐스트가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인간의 활동을 투명하게 만든다"는 저자의 말은 예외없이 모두에게 적용된다. 인터넷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과거 이력을 포함해 자신의 행동이 전부 투명하게 되어 검색엔진의 키워드를 한 번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읽힐 수 있다. '나는 꼼수다'의 인기 진행자 김용민도 지난 4'11 총선에서 바로 이렇게 무너졌고, 인기MC 김구라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사회에서 기존의 권위는 일반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재검증되고 때로는 붕괴되어 새로운 권위로 대체된다. 큐레이션은 말하자면 문맥 구축의 민주화이며 시민 주도, 이용자 주도의 인터넷 사회 구축에 큰 무기가 된다. 그 대상에는 기성권력이든 신생권력이든 예외가 없다. 288쪽, 1만6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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