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코로 숨쉬기

환절기가 되면 코와 관련된 질환이 기승을 부린다. 봄날의 꽃가루가 날리고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코감기와 각종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연신 재채기와 코를 풀어대면서 정신을 못 차리곤 한다.

이렇게 되면 코로 숨 쉬는 것조차 불편해지므로 입으로 숨을 쉬면서도 별 의식을 못하고 지내게 된다. 그러면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코로 숨 쉬는 기능의 소중함을 간과하며 살아갈 때가 많다.

최근에 서울에 있는 아들하고 통화를 하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들의 목소리 상태가 나빠져 있음을 발견했다. 통화 중에 잔기침을 하고 목이 쉬어 있어서 걱정하던 차에 때마침 아들이 대구에 왔기에 이비인후과에 함께 동행하게 됐다.

목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더니 원인은 다름 아닌 코에서 발견됐다. 코막힘 현상이 지속되어 코로 숨쉬기가 힘들어져 입으로 숨을 쉬다 보니 입안이 마르고 목도 건조해지는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우리는 코가 지닌 후각기능은 인정하면서도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기능은 간과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이는 아마 호흡기능은 코가 아니어도 입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코는 단순히 숨을 쉬는 기능뿐만 아니라 숨을 쉴 때 들어온 공기에 수분을 공급하는 가습기능과 공기 속에 들어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자정기능을 함께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코 안쪽에 있는 혈관이 난방과 가습기의 역할을 해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폐로 보내고 코 안에 있는 털과 점액이 호흡할 때 들어오는 먼지와 세균을 걸러준다.

치과 입장에서도 코의 기능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입으로 숨을 계속 쉬면 입이 말라서 충치도 잘 생기게 된다. 특히, 성장기에 입으로 숨을 많이 쉬게 되면 코가 있는 얼굴 중앙부의 성장에 문제가 생겨 좁고 긴 얼굴이 되는 부정교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코로 호흡하는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알레르기 비염이 의심되거나 축농증과 같이 코에 이상이 생기면 정확한 원인을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상에서도 콧속을 자주 세척하고 코를 건조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꽃이 피고 꽃향기가 풍기는 봄철에 향기를 맡을 수 없는 것은 슬픈 일이다. 코로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하고 코로 늘 숨 쉴 수 있게 우리의 코를 잘 관리하자.

이 희 경(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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