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겨진 광목 위에 그린 선·먹빛의 조화

야정 서근섭 전시

▲야정 서근섭 작
▲야정 서근섭 작 '韻'

# 전통문인화와 서예 접목 선·먹 생동감 있게 살려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서양화의 무표정한 선이 아니라, 생동하는 우리의 선을 살리고 싶어요."

야정 서근섭의 전시가 13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린다. 1970년대부터 문인화와 서예를 현대적 감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온 작가가 이번에 펼쳐낸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2년 전부터 종이 대신 광목에 먹을 표현해온 작가의 실험이 한층 깊어졌다.

자연스럽게 구겨진 광목 위에서 먹은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구겨진 광목 사이에서 입체감이 저절로 느껴진다. 우주 자연의 색을 모두 포함하는 에너지가 먹빛에서 느껴지는 듯하다.

"먹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는데, 한지라는 전통 재료보다는 두터운 재료일수록 깊이감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광목을 선택했습니다."

작가는 현대서예와 문인화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서예의 조형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전통문인화의 정신세계를 화폭에 담아 현대적으로 계승시킨다.

화선지는 물론이고 장지, 캔버스 등 기법적으로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전통적인 문인화의 현대적 모색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먹'과 '선'에 맞춰져 있다.

서단의 대가 죽농 서동균의 아들이기도 한 작가는 서예의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고심 중이다.

"오늘날 한자 문화가 사라지니 서예가 추상화보다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이제 읽고 해석하는 서예보다는 가슴으로 느껴지는 서예를 해야 해요. 먹과 획으로 감동을 전달해야 하니 쉽지 않죠."

그는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서예와 문인화의 현대화 흐름을 크게 두 가지로 바라본다. 하나는 서양재료의 기법으로 전통을 표현하는 것과 또 문인화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강조하는 것이다.

작가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핵심을 '선'과 '먹색'으로 바라봤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먹의 색과 기운이 살아 있는 서예의 획에서 온 선이 결국 우리의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요."

이번 전시에는 먹의 맛과 선이 살아있는 현대적인 감각의 작품 40여 점이 전시된다. 053)420-8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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