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복합관광도시 라스베이거스에 머물면 이곳이 극한의 사막이라는 사실을 곧잘 망각하게 된다. 무엇이든 넘쳐나기 때문이다. 휘황찬란한 네온 조명이 불야성을 이루고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로 넘쳐나며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호텔들은 분수 쇼에 인공 해변, 워터 테마 파크로 잔뜩 치장했고 작은 운하까지 두었으며 집집마다 잔디정원을 가꾸고 있다.
◆사막 위에 핀 대박 신기루
라스베이거스라는 말은 원래 '목초지'(Meadows)라는 뜻의 스페인 말에서 비롯됐다. 1700년대 이곳을 처음 지나간 스페인 사람들에게 이 땅은 잡초가 무성한 거대한 불모지였다.
그러나 1936년 이곳에서 30㎞ 떨어진 곳에 후버 댐이 생기면서 라스베이거스의 운명은 극적 전기를 맞았다. 후버 댐으로 인해 조성된 미국 최대의 인공호수 미드(Lake Mead)에서 끌어들인 콜로라도 강물은 사막의 불모지를 향락의 오아시스로 탈바꿈시켰다.
네바다 주 정부는 댐 건설로 인해 사람들이 모여들자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도박과 매춘을 합법화했다. '벅시'(벤저민 벅시 시걸)라는 이름의 뉴욕 마피아는 이 불모의 땅에 카지노와 호텔을 짓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것은 거대한 도박이었다.
그 결과 라스베이거스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자본주의의 결정판이 됐다. 이곳에는 뉴욕 맨해튼 건물들을 10분의 1로 축소시킨 호텔이 있고 파리 에펠탑도 화려한 조명을 뽐내며 서 있다. 쇼윈도 안에는 세계 최고가의 명품들이 여심을 유혹한다. 라스베이거스는 '대박'의 환상을 좇거나 여흥을 즐기려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불나방처럼 끌어들인다.
◆라스베이거스 젖줄 콜로라도 강
젖줄 콜로라도가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라스베이거스는 없었을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를 키운 8할은 콜로라도 강이었다.
라스베이거스 연간 방문객은 2010년 현재 3천700만 명에 이른다. 한 사람이 문명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하루 2ℓ의 식수와 50ℓ의 생활용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라스베이거스의 물 소비량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사용되는 물은 미드 호수 상류지역 새들 아일랜드(Saddle Island)에서 취수된다. 두 군데의 첨단 수 처리장(알프레드 메리트 스미스, 리버 마운틴)에서 하루 34억ℓ의 물을 처리해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해 인근의 보울더 시티, 헨더슨 등지에 공급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를 포함한 남부 네바다 지역의 물 공급은 '남부네바다 물관리국'(Southern Nevada Water System'SNWS)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SNWS의 대외홍보담당 J. C. 데이비스 씨는 "물이 나쁘면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수질을 확보하기 위해 최신 설비로 8시간에 걸쳐 6단계 정수 처리를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곳 수 처리장은 살균을 위해 물에 오존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물 고민
물을 펑펑 쓰는 것 같지만 라스베이거스는 물 고민이 세계 그 어느 도시보다 큰 곳이다. 할당된 콜로라도 강물의 양이 다른 주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후버 댐을 조성할 당시 물 갈등과 분쟁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는 주별로 물 배분량을 정했는데 배분 기준이 된 것은 농지 면적이었다, 그 결과 농지 면적이 가장 넓은 캘리포니아 주가 가장 많은 할당량을 받았고 다음이 애리조나 주였다. 온통 사막뿐이어서 농지가 거의 없는 네바다에 할당된 물은 캘리포니아의 15분의 1, 애리조나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더구나 지구 온난화 여파로 콜로라도 강 상류 고원지대에 내리는 강설량이 줄어드는 가뭄 현상이 10여 년째 이어지면서 미드 호수의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미드 호수에 저장된 물이 2021년이면 고갈될 가능성이 50%나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 절약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라스베이거스는 대체 수원을 찾고 있다. 마냥 콜로라도 강만 믿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2006년 SNWS는 네바다 동부 유타 주 접경지역인 스프링밸리의 6개 목장을 사들였다.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있기 때문이다. SNWS는 이 지역에 매장된 지하수를 통해 미드호에서 공급받는 물의 4분의 1 정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J. C. 데이비스 씨는 "아직까지는 미드 호수에서 물을 받는 데 문제가 없지만 가뭄이 계속되어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을 가정해 스프링밸리의 지하수를 비상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프링밸리의 지하수를 활용하는 정책은 인근 유타 주 주민들 및 환경론자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글'사진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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