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모(47'가명) 씨는 2002년 위쪽 배가 아파서 내시경검사를 받았다. 위의 위쪽과 중간쪽에 진행성 위암이 발견됐다. 췌장을 남겨두고 위 전체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위암 4기로 판정돼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받았다. 이후 계속 추적검사를 했고, 1년 뒤 CT 검사에서 오른쪽 부신(콩팥 위에 있는 내분비기관)에 암이 전이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른쪽 부신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은 뒤 6개월이 지나서 검사한 결과 다시 대동맥 주위 림프절에도 전이가 의심됐다. 3차 수술로 대동맥 주위 림프절을 제거했다. 이후 항암화학요법을 받았고 꾸준히 추적검사도 했다. 정 씨는 첫 수술 후 10년째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진행성위암의 수술
진행성위암의 경우, 암이 생긴 위의 일부 또는 전체를 잘라내고, 인접해 있는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잘라내며, 암이 전이된 장기도 완전히 제거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위를 잘라내는 경우, 일반적으로 상부 위암은 위 전체를, 하부 위암은 발생 부위를 포함한 3분의 2 정도를 제거한다.
림프절을 얼마나 잘라낼 지에 대해서는 동양과 서양이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인접한 림프절을 거의 다 제거하는 '확대 림프절 절제술'이 표준이다. 서양의 보고에 따르면, 확대 림프절 절제술이 생존률을 높이지 못하고 오히려 합병증만 키운다고 한다. 그러나 풍부한 위암 수술 경험을 갖고 있는 동양의 보고에 따르면, 확대 림프절 절제술이 합병증 증가없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고, 특히 진행성위암인 경우 완치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위암이 위벽을 뚫고 간이나 췌장(이자), 비장(지라), 장간막(장과 등쪽을 연결하는 얇은 막) 등과 같은 인접 장기로 전이됐을 때엔 이들 장기를 함께 제거하는 것이 완치를 위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암 치료에는 수술요법,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면역요법 등이 있다. 위암에서는 수술만이 완치시킬 수 있는 방법이고, 나머지는 보조요법으로 쓰인다. 위암 치료에서 화학요법은 3가지 이유로 시행된다. ▷절제가 불가능한 진행성 위암 또는 재발한 위암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서 ▷항암제로 암을 축소한 후 수술을 하려는 경우이다.
현재 여러 좋은 약제들이 많이 개발돼 있으며, 최근 개발된 약제의 경우 임상시험이 한창 진행 중이며 좋은 결과도 나오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제도 때문에 제한이 많은 실정이다. 최근엔 '항암제 감수성 반응검사'가 개발돼 어떤 항암제가 환자에게 잘 반응하는지 알 수 있게 됐고, 현재 임상연구 중이다. 이밖에 온열요법과 방사선요법도 있지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특히 면역요법은 민간 주도로 많이 시행되지만 잘못 사용할 경우 독성이 있어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수술 전'후의 관리
위암 진단은 주로 내시경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위암으로 판정되면 수술 전에 병기를 결정하기 위해 흉부 X-선 검사, 위이중조영술, 복부 CT, 초음파검사 등을 하게 된다. 마취와 수술을 위해 환자의 과거 병력을 확인해 고혈압, 심장질환, 폐질환, 당뇨병 등이 있는지 확인한다. 과거 수술여부, 흡연, 위암의 가족력, 체중 감소 등도 확인한다. 혈액검사를 통해 백혈구 및 적혈구 수치, 간이나 신장 기능 등을 확인하고, 심전도, 심초음파, 폐기능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수술을 하게 된다.
예전엔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일반 병실로 바로 간다. 통증치료를 위해 자가통증 조절장치를 부착해 통증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수술 후 이튿날 걷기를 시작하면 폐 합병증도 줄일 수 있고 장 운동도 빨리 돌아온다. 사흘째 물부터 시작해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 수술 후 6~10일이 지나 별다른 합병증이 없으면 퇴원할 수 있다.
위 전체 또는 3분의 2를 잘라내고 나면 위 크기도 작고, 남은 위가 늘어나지 않은 상태이며, 맷돌 역할을 하는 위의 아래쪽이 없어지고, 음식물의 분쇄상태를 점검하는 유문부(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관문)가 없어진다. 결국 먹은 음식이 검사받지 않은 채 바로 소장에 들어가는 문제점이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 한 끼 먹는 양을 줄여야 하며, 음식을 충분히 잘 씹고, 물 종류는 식후 30분 정도 지나서 조금씩 나눠 먹어야 한다. 수술 후 상당 기간 식사 직후에는 눕지 말아야 한다. 자극성 있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한 달쯤 지나면 어느 정도 식사를 할 수 있다.
◆위암의 예방과 조기검진
암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위암은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발암 원인들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피해서 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1차적 예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위암을 최대한 빨리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2차 예방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위암은 내시경검사로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진행도 느리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내시경 정기검진만 받아라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다.
국가 암조기 검진사업을 시행하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위암학회의 위암 조기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위암 발생의 고위험군인 가족력이 있는 경우 20대부터 ▷위암을 의심케 하는 증상이 있으면 발견 후부터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양성이라면 발견 후부터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한편 나이에 관계없이 증상이 있을 때는 ▷2년간 매년 검사해서 이상이 없으면 2년 마다 ▷증상이 없는 저위험군의 경우 40세부터 매년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권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병원의 경우, 위암전문 외과의사가 수술을 담당한다. 경험도 많고 환자별 맞춤 수술법을 택하기 때문에 수술사망률도 1% 이하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외과 김인호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암은 '조기 발견, 조기 치료'하면 완치시킬 수 있는 병이므로 반드시 조기검진 권고안에 따라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조기위암 진단을 받았다면 실망하기보다는 빨리 암을 발견해서 다행이고 완치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적극 치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외과 김인호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