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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1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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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아들의 방문이 닫힌다. 기세가 한풀 꺾일 만도 한데, 사춘기 끝물 사나움이 드세다. 세월 속에 묻어 놓았던 부끄러운 기억 하나가 일렁인다.

나의 17세, 시골뜨기의 도시 적응기는 학교 앞 분식점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가 계산하지 말고 도망가자고 했다. 네 명이 나갈 순번을 정했다. 나는 3번, 제일 대범했던 대장은 4번이었다. 분식점 안을 훑어보았다. 요리를 하는 주인의 손에 칼이 들려 있었다. 잡히면 끝이다. 가슴 속에서 쿵쿵 북소리가 들렸다. 포기하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겁쟁이란 소리를 듣기 싫어서 입을 다물었다.

작전이 시작되었다. 4번이 계산대 앞에 섰을 때, 1번, 2번, 3번이 차례대로 나갔다. 순간, 4번이 "뛰어!" 라고 소리쳤다. 냅다 뛰었다. 만날 장소는 학교 뒷산 멸공동산이었다. 가슴이 터지도록 달렸다. '내가 왜 이런 엄청난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앞을 가리는 눈물 너머로 슬픈 하늘이 보였다.

멸공동산에 도착했다.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대장의 얼굴에 붉으락푸르락 분이 서려 있었다. 내 굼뜬 행동 때문에 하마터면 잡힐 뻔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땅바닥에 침을 찍! 뱉었다. 입에서 나온 물줄기 한 자락이 땅에 꽂혔다. 동시에 욕을 해댔다. 다른 친구들도 똑같이 대장을 따라했다. 나도 겁보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침을 찍! 뱉었다. 턱 밑으로 흘러내렸다. 이때 대장이 소리쳤다. "야! 너는 앞으로 이런 일 하지마"

그날 밤, 칼을 든 주인의 눈빛이 내 꿈속까지 따라 들어왔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학교에 가지 못했다. 그리고 부모님은 학교로 불려갔다.

제 방에 있는 아들을 달래 차에 태웠다. 17세끼리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다. 동네 어귀에 분식점 하나가 보인다. 덜컹 겁이 났다. 이 지긋지긋한 죄책감은 언제쯤 사라지려나. 숨겨 두었던 나의 17세 이야기를 아들에게 들려주었다. 환하게 웃음 짓는다. 얼마 만인가. 말없이 아들의 손을 잡았다. 달빛 한 조각이 차창 안으로 들어와 17세 고개를 힘겹게 넘고 있는 아들의 어깨를 토닥인다.

이해라는 것, 어디 17세끼리만 해당되는 것이랴. 정치도, 교육도 17세가 되는 마음만 있다면, 벌어진 마음의 균열을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아들을 먼저 집으로 올려 보내고 혼자 걸었다. 골목 후미진 곳에서 침을 한 번 찍! 뱉어 보았다. 턱 아래로 흘렀다. 세월이 지났건만 여전히 안 되는 것은 안 된다. 골목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부끄러워 얼른 턱 밑의 침을 훔쳤다. 가로등 불빛에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상렬 수필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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