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지산동의 한 아파트. '보훈섬김이' 김해주(54'여'대구 수성구 파동) 씨가 박세옥(85)'윤호점(77) 씨 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김 씨는 박 씨의 집안 곳곳을 쓸고 닦기 시작했다. 박 씨는 1948년에 입대해 6'25 전쟁을 겪고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바 있다. 김 씨는 2시간 동안 박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얘기 상대가 되어 주었다.
김 씨는 "처음에는 보훈대상자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면서 "매주 찾아오니까 지금은 친딸처럼 여겨주신다"고 말했다. 박 씨는 "보훈섬김이 김 씨가 오는 화요일이 되면 자식이 오랜만에 놀러오는 것처럼 기분이 설레고 들뜬다"며 웃었다.
보훈청의 '보훈섬김이' 서비스가 고령의 보훈대상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보훈섬김이 서비스는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홀로 사는 65세 이상 보훈대상자 중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보훈섬김이는 163명으로, 한 사람당 10명의 어르신들을 맡아 집안일을 도와주거나 병간호 등을 해준다.
보훈섬김이 황순득(53'여'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매주 화요일 6'25 전사자 유족인 이옥희(87'대구 수성구 매호동) 할머니를 찾는다. 황 씨는 이 할머니의 집을 청소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황 씨는 보훈대상자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신이 돌보고 있는 보훈대상자 어르신 3, 4명을 모시고 야유회를 갔다. 황 씨는 "야유회 등 이벤트를 한두 번씩 마련해서 어르신들이 바깥 활동에 거부감이 없도록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보훈섬김이들이 가장 힘들 때는 돌봐 드리던 분이 돌아가셨을 때라고 했다. 황 씨는 "몇 년 전 동구 쪽에서 돌봐 드리던 공상공무원 보훈대상자가 있었는데, 지적장애 아들을 두고 하늘나라로 가셨을 때는 가슴이 아팠다"며 "그 인연으로 그 아들과의 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보훈섬김이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한 달 100만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어르신에 대한 봉사로 견뎌내고 있다. 황 씨는 "돈은 적지만 어르신들이 점점 밝아지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볼 때면 보수 이상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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