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벌어지는 지역 축제는 1천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지자체마다 평균 5개 이상 열고 있으니 상당수가 전시성'낭비성 축제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의미 있고 즐거움을 안겨주는, 알려지지 않은 축제가 여럿 있다. 그중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축제가 있는데, 16'17일 이틀간 울진의 산골에서 열리는 '제5회 왕피천 피래미 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축제는 여느 곳과는 달리, 관(官)이 배제된 순수한 민간축제다. 축제위원장이 마을 이장이라고 하니 재미있지 않은가. 40가구 70명의 주민이 조금씩 돈을 내 시작한 축제인 만큼 소박하고 정겹다. 축제 프로그램은 1급 청정 하천인 왕피천(王避川)을 중심으로 벌어지는데 대나무 낚시로 피라미를 잡고, 반도로 연어를 잡는 것이 전부다. 어릴 때 시골 냇가에서 고기를 잡던 '천렵'(川獵)의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2천, 3천 원만 주면 잡은 고기를 튀기거나 구워 먹을 수도 있다. 냇가에 띄워놓은 항아리에 가득 들어 있는 막걸리를 공짜로 마실 수 있는 것도 재미다. 된장에 찍어 먹는 풋고추와 촌두부도 공짜다.
이 축제는 울진군청 6급 공무원이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의 고향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시작됐다. 김진업(56) 산림보호계장은 "관 주도로는 한계가 많아 주민 스스로 주최하는 마을 잔치 형태의 축제를 열 수 없을까 고심하다 이 축제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자신이 어릴 때 냇가에서 멱감고 고기 잡던 기억을 떠올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옛 추억을 잊지 못한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멀리에서 찾아와 하루 종일 냇가에서 놀며 즐거움을 만끽한다고 한다.
축제가 열리는 곳은 행정구역상 울진군 근남면 구산3리지만, 보통 굴구지 마을로 불린다. 왕피천 하류에서 내륙으로 아홉 고개를 넘어 마을이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인 만큼 산골 오지다. 마을버스도 들어오지 않고 축제장 도로 폭이 좁아 대형버스도 진입할 수 없다. 왕피천과 계곡, 금강송 같은 자연밖에 볼 것이 없는 마을이지만 축제 기간 동안 4천, 5천 명의 외지인이 찾아온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고 자연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축제다. 이번 일요일에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축제가 끝난 후에 찾아가도 괜찮을 듯싶다. 왕피천은 흐르고 금강송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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