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화조 청소업체 "카드결제 안됩니다"

4층 건물을 갖고 있는 이모(60) 씨는 최근 정화조 청소를 했다. 그는 청소 비용 10만원가량을 카드로 결제하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업체 측은 "원래 카드 결제가 안 된다. 현금이 없으면 나중에 계좌로 송금을 해달라"고 했다.

이 씨는 "몇 천원짜리 커피 한 잔도 카드 결제가 되는데 정화조 업체는 왜 카드를 받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구청에 민원을 냈더니 '카드로 결제하면 정화조 청소요금이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 정화조 업계가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어 시민 불만이 높다.

정화조 업체들은 카드 수수료 부담 때문에 청소 비용을 현금으로만 받거나 카드 단말기가 있더라도 사무실에 직접 와서 결제하도록 하는 등 카드 결제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기자가 대구 8개 구'군 주요 정화조 업체 10곳에 문의한 결과 카드 결제가 된다고 응답한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업체도 "휴대용 카드 단말기가 없어서 카드로 계산하려면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업체 9곳은 "카드 단말기 자체가 없다" "당장 현금이 없으면 계좌이체로 송금하면 된다"고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정화조 청소는 하수도법에 따라 개인하수처리시설은 1년에 1차례 이상 반드시 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시민들은 도시가스요금도 제한적으로 카드 결제가 되는데 정화조 청소 요금을 현금만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북구 산격동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모(38'여) 씨는 "숙박업소는 1년에 2차례씩 정화조 청소를 하는데 한 번 청소를 할 때 10만원 정도 돈을 내야 한다"면서 "현금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결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고객의 몫인데 왜 꼭 정화조 청소만 현금으로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대구의 한 정화조업계 관계자는 "일반 가정은 1년에 한 번 정도 청소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3만~4만원 정도로 저렴해 카드 결제를 요구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면서 "당장 현금이 없는 경우 정화조 청소를 한 뒤 한 달 안에 계좌이체로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객 배려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각 구청은 정화조 청소 단가가 낮아 업체들에 카드 결제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 북구의 경우 정화조 청소 비용은 기본요금(750ℓ 기준)이 1만5천440원, 1ℓ 초과 시 1천160원을 추가하는데 인구가 37만 명으로 비슷한 서울 광진구는 기본요금 2만310원에 1ℓ 초과 시 1천450원을 받아 수도권보다 처리 단가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최근 기름값이 많이 올랐지만 수년째 정화조 청소비를 올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가 업체에 카드 결제까지 요구하면 정화조 처리 단가가 올라갈 수 있어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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