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通] 세무사 구양서 씨…백두대간 이어 4대강 낙동강 자전거 국토 종주

천왕봉 오른다며 지팡이 대신 대형핀셋, 등반길 쉴새없이 쓰레기 찾아 파내

백두대간을 종주한 구양서 씨, 6년 전 시작해 11개월 만에 끝냈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구양서 씨, 6년 전 시작해 11개월 만에 끝냈다.
법계사에 도착하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구양서 씨.
법계사에 도착하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구양서 씨.
지리산 천왕봉을 등정하면서 등산로 곳곳에 있는 쓰레기를 줍고 있는 구양서 씨.
지리산 천왕봉을 등정하면서 등산로 곳곳에 있는 쓰레기를 줍고 있는 구양서 씨.

한 사람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해발 1,915m 지리산 정상(천왕봉)까지 동행하며, 12시간 동안 함께 산을 탔다. 그것도 캄캄한 오전 2시 30분에 중산리를 출발해 칼바위를 지나 로타리 대피소-법계사-천왕봉에 이르는 가장 가파른 코스였다. 제석봉을 지나 장터목 대피소-유암폭포-홈바위를 거쳐 다시 중산리로 내려왔다. 하산 시간은 오후 3시. 대구에서 출발해 대구로 돌아온 시간으로 따지면 장장 20시간을 함께 있었다.

이번 주 인터뷰이는 백두대간을 종주한 구양서(64) 세무사. 잠시 그의 자연 및 국토 사랑에 대한 이력을 설명하자면 2006년 6월 20일부터 2007년 5월 27일까지 32차에 걸친 백두대간 단독종주, 대한민국 제6호 공인 4대강 자전거길 국토종주(1천289㎞) 등이다. 그는 특히 지리산을 많이 사랑한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자고 하는 기자에게 지리산 천왕봉 인터뷰를 제안했다. 그의 제안에 '한번 합시다'며 겁 없이 달려들었는데 12시간 산행 후 온몸에 근육통이 날 정도로 힘들었다.

주변에서 놀랍게 여기는 산사나이 구양서(존칭 생략)를 한 꺼풀 벗겨봤다. 양파처럼 속에는 뭔가 심오한 내면이 있을 것이란 기대로 함께 산을 올랐다.

◆'난 별거 아닙니다'

구양서는 겸손한 사람이다. 지나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도 한사코 산 사랑에만 초점을 맞춰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다. '그렇게 하겠다'고 동의해 놓고, 기자의 본분상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질문도 서슴지 않고 던졌다. 몇 가지 알아낸 기본적인 개인사는 이랬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곧바로 공직생활에 발을 디뎠다. 20년간 세무공무원을 하다 퇴직한 뒤 20년간 세무사 일을 하고 있다. 일찍 결혼을 해서 자녀가 1남 3녀. 그중 세 딸은 모두 결혼해서 벌써 손주 5명을 안겨줬다. 이쯤 되면 '다복'(多福)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미혼인 아들 또한 머지않아 결혼해 손주를 안겨줄 것이다. 보너스로 알아낸 것은 그의 아버지가 '좋은 책'이라는 뜻의 '良書'라는 이름을 지어줬으며, 그동안 좋은 책을 읽기만 하다 올해 '오해하지 마세요'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동반 산행을 하면서 더불어 알아낸 사실도 있다. 12시간 동안 산행을 했는데 한순간도 앉아서 쉬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산행을 하면서도 휴지를 줍고, 쉬는 곳에서도 모든 간식을 준비해서 직접 차리면서 함께 온 기자를 배려해줬다. 몸에 밴 행동이었다. 다른 등산객들과의 소통에도 신경을 쓰며, 산행의 기쁨을 함께했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산을 타는 체력은 10대. '헉! 헉!'거리는 소리 한번 내지 않고, 12시간 산행을 마친 뒤, 여유 있게 하산 마지막 길에 기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여유도 있었다.

◆구양서식 지리산 사랑법

국립공원 제1호이자 '산 중의 산', 어머니의 산인 지리산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연말에 '구양서'라는 대구의 산악인에게 지리산인 대상을 수여할 것이다. 구양서는 자신이 산행을 하는 구간의 지리산 등산로 구석구석에 박혀 있는 쓰레기까지 대형 핀셋(의료용인데 특별히 구입)으로 뽑아내 검은 비닐봉지에 주워 담는다. 보통 한 번 산행에 큰 비닐봉지 2개 분량을 수거할 정도니 지리산에는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구양서의 지리산 사랑법은 '귀신'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바위 구석구석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단번에 집어내고, 등산로 주변에 파묻은 비닐까지 어떻게 봤는지 끝까지 뽑아내 토양을 숨 쉬게끔 만들어준다. 또 버려진 건전지 등은 자신에겐 '로또'다. 왜냐하면 건전지, 전자부품 등에서는 수은, 망간,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나와서 토양뿐 아니라 물까지 오염시키는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그의 산 사랑법에 동참한 기자가 작은 건전지를 하나 주워오자, '잘했다. 이건 왕근이(큰 물건)'라며 칭찬을 해 준다.

먹고 남은 음식물을 수거하는 방법도 깔끔했다. 토마토 꼭지, 자두 씨, 바나나 껍질 등은 담아온 비닐에 넣어서 그대로 가져가고, 생수병의 경우 물을 다 마시고 난 뒤 정상 부근 천왕샘, 장터목 아래 약수터 등에서 지리산이 주는 깨끗한 물을 담아갔다. 손톱만큼의 쓰레기도 버리지 않았고, 나아가 지리산 등산로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워 내려온 것이다.

그는 남을 탓하거나 욕하지 않는다. 자신이 등산로 주변에서 담배꽁초를 줍고 있는데 꽁초를 버리는 등산객에게도, 불법 취사를 하고 주변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등산객에게도 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다. '이런 나를 보고 조금은 깨달은 바가 있겠지'라며 묵묵하게 자신만의 산 사랑법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국토 사랑

구양서는 대한민국 국토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5년 전에는 중국을 통해 백두산 정상에 올라, "겨레의 성산(聖山)인 백두산이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인들의 행락지로 급속히 변모해가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신령스럽게 받들고 누구나 꿈에라도 가고 싶어 하는 백두산을 이렇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그는 수십 년 전부터 산을 좋아해 전국의 명산을 다니고, 산행을 즐겼지만 백두대간 종주를 공식적으로 성공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2006년 6월 20일 지리산 천왕봉을 시작으로 성삼재까지 1박 2일을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연하천-성삼재(6월 21일), 성삼재-여원재(11월 9일)…, 한계령-희운각(2007년 5월 27일), 희운각-미시령(5월 28일), 미시령-진부령(5월 29일)을 끝으로 11개월 만에 백두대간 종주의 대장정을 끝마쳤다.

올해는 새로운 도전에 이미 성공했다.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에 나서 7박 9일 만에 1천289㎞를 완주했다. 대한민국 공인 6호다. 전국에서 52번째로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완주했다는 의미다. 그는 여권처럼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이라는 책자도 갖고 있었다. 이는 1'2차 여정으로 나누어졌는데 1차 여정은 한강'남한강 종주, 새재 및 낙동강 종주(960㎞), 2차 여정은 금강 및 영산강 종주(329㎞)였다.

구양서는 잠시 자랑했다. "전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전국에서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 가운데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완주한 사람은 저밖에 없을걸요. 등산하는 사람은 자전거를 잘 타지 않거든요. 하하하!"

글'사진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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