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권모(32) 씨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50여 곳이 넘는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취업에 실패한 권 씨는 2년 전 치킨집을 창업했다. 발로 뛰어 시장조사도 하고 여러 프랜차이즈의 치킨을 먹어보며 신중하게 가게를 열었다. 처음 3개월간은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주변에 치킨집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권 씨는 "상권 규모는 정해져 있는데 1년 사이에 주변에 치킨가게가 3개나 들어서니 가게를 유지하기 힘들다"며 "창업하면서 대출도 많이 받아 폐업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한숨 쉬었다.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 집중된데다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늘어 이들이 무너질 경우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월 대구지역 자영업자는 28만4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26만1천 명에 비해 8.81%(2만3천 명)나 늘었다. 대구 자영업자 수는 해당 통계가 작성된 이후 2005년 33만2천 명까지 최대로 늘었다가 2006년 31만2천 명, 2008년 29만5천 명, 2010년 27만 명, 지난해 26만3천 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자영업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올 5월에는 28만4천 명까지 올라선 것. 전국 자영업자도 비슷한 흐름을 그리다가 5월 584만6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566만 명에 비해 3.28% 늘었다.
최근 들어 자영업자 수가 빠르게 느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와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창업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대부분 숙박음식업, 도소매업, 건설업 등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2012년 5월 말 현재 숙박음식업에서 자영업자 비중은 30.9%에 달한다. 포화상태에서 올해 1~5월에만 신규 자영업자가 매월 5만 명씩 증가했다.
도소매업도 자영업자 비율이 34.5%에 달하지만 올 들어 5월까지 매월 5만 명이 새로 가게를 차렸다. 23.7%가 자영업자인 건설업은 매월 4만4천 명씩 시장에 신규 진입했다.
문제는 숙박음식업, 도소매업, 건설업 등이 대부분 부가가치가 낮다는 점이다.
명목 국내총생산을 취업자 수로 나눈 명목 부가가치는 올 1분기 기준으로 숙박음식업이 210만원, 도소매업 650만원, 건설업 740만원에 불과했다. 1인당 부가가치가 2천만원을 넘는 제조업이나 4천200만원에 달하는 부동산업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
이런 우려는 실제로 대출 부문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5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대출은 164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3천억원 늘었다. 여러 개의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은 50%를 넘어섰고,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은 1.82%로 직장인(1.24%)보다 1.5배나 높은 점도 불안요인으로 꼽혔다.
경제전문가들은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자영업자의 대규모 폐업과 함께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의 창업을 지원하고 잡 쉐어링 등의 제도로 임금 부문에서 자영업으로 어쩔 수 없이 밀려나는 현상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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