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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만 곁에 둔채 홀로 버려진 3살…울지도 못하고 끝내 눈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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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으로 다시보는 그때 그사건
구미 3세 여아 사망·아이 바꿔치기 사건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의 피고인 B씨(왼쪽)와 A씨. 자료사진 연합뉴스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의 피고인 B씨(왼쪽)와 A씨. 자료사진 연합뉴스

문이 열리자 방 안은 오래된 먼지와 숨죽인 정적뿐이었다. 2021년 2월 9일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살 여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말을 배우고 뛰어놀 나이에 아이는 이불에 덮힌 채 미라 상태의 시신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딸이자 손녀였던 아이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사건은 예상 밖의 전개로 곧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당초 아이의 친모로 알려졌던 여성은 사실 언니였고, 외할머니라던 인물이 실제 친모라는 DNA씨 검사 결과가 나왔다. 거짓과 침묵, 스러진 생명 위에 쌓인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매일 12시간 아이 홀로…결국 어른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건의 시작은 2018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의 딸인 B씨는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여아를 출산했다. 2019년 1월 B씨는 엄마 A씨가 거주하던 빌라 위층으로 이사했고, 남자친구가 집을 나가며 아이와 단둘이 생활했다. 월세는 밀리고, 가스와 전기 공급이 끊기며 생활은 급격히 무너져 내렸다.

그러던 중 B씨는 2019년 8월쯤 채팅앱을 통해 다른 남성을 알게 됐다. 그와 교제를 이어가던 B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2020년 3월부터 그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B씨는 아이를 '짐'처럼 여겼고, 아이를 옛집으로 데려다놨다.

B씨는 아이를 빌라 방 안에 혼자 두고 문을 닫았다. TV 근처에는 빵 몇 개, 죽 한 통, 우유 몇 팩을 두었다. 그게 B씨가 아이에게 해준 전부였다. 평일이면 아침 7시에 아이를 보러와 저녁 6시 반쯤 다시 방에 홀로 두고 나왔다. 주말에는 집을 비우는 시간이 더 길었다. 아이는 홀로 남겨져도 울지 않았다.

2020년 8월 10일쯤 B씨는 아이를 홀로 두고 나온 뒤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같은 건물에 부모가 살고있었지만 부탁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극심한 탈수와 기아 상태에 빠졌고, 결국 같은 달 중순경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렀다.

2021년 2월 임대인으로부터 "방을 비워달라"는 연락을 받은 A씨가 방 정리를 위해 위층 방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었을 때 냄새가 밀려왔다. 안방 한가운데 작은 시신. A씨는 곧바로 딸 B씨를 불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는 물음에 B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울기만 했다. A씨는 딸이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시신을 숨기려 했다. "내가 대신 아이를 좋은 곳으로 보내줄게."

A씨는 그날 오후 마트에서 유아용 신발과 점퍼를 구입하고 종이박스와 이불을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시신을 직접 마주한 순간, 두려움에 손이 멈췄다. 결국 이불로 시신을 덮은 채 방을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숨진 여아의 생모로 알려진 석 모 씨의 첫 재판이 열린 22일 김천지원 앞에 시민들이 준비한 숨진 여아를 위한 밥상이 차려져 있다. 연합뉴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숨진 여아의 생모로 알려진 석 모 씨의 첫 재판이 열린 22일 김천지원 앞에 시민들이 준비한 숨진 여아를 위한 밥상이 차려져 있다. 연합뉴스

◇DNA씨 검사 결과에도…'바꿔치기' 진실은 미궁 속

검찰은 두 사람을 각각 다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피고인 A씨에게는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가, 피고인 B씨에게는 살인,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영유아보육법위반, 아동수당법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죽은 아이는 A씨의 손녀로 알려졌으나 DNA씨 검사를 통해 드러난 진실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아이의 친모는,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A씨였다. 그리고 아이를 출생신고하고 양육하다 방치한 B씨는 사망한 아이의 언니였다.

검찰은 A씨가 2018년 3월 B씨가 산부인과에서 출산한 직후 자신이 낳은 아이와 신생아를 몰래 바꿨다고 주장했다. 산모의 모자동실 요청을 통해 신생아가 병실로 드나들던 병원의 구조, 아이 발목에서 벗겨진 식별띠, 이틀 만에 200g 넘게 줄어든 아이의 체중 변화. 정황은 곳곳에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출산 자체를 단호히 부인했다.

그럼에도 아이의 혈액, 갈비뼈, 치아에서 채취된 DNA씨는 A씨 99.9999%의 일치율을 보였다. 또 다른 검사에서는 "친모일 확률 99.9999998%"라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B씨는 아이와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

법원은 1심에서 A씨의 범행을 유죄로 보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상급심은 판단을 달리했다. 유전자 검사로는 피해 아동과 모녀 관계인 것은 인정되지만, 이것만으로 바꿔치기 '행위'가 증명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사체은닉미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B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생후 24개월의 아이를 빵과 우유만 남겨둔 채 며칠씩 홀로 방치했고, 피해자의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알고도 돌아보지 않았다"며 "원룸에 홀로 방치된 어린 피해자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장시간 겪었을 배고픔과 외로움과 두려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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