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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넘버1 기술자 '학벌 푸대접'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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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술이 우대 받는 도시로

'기술'이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독엔지니어링 박종안 대표와 에스제이이노테크의 정형찬 대표는 '기술인'이 우대 받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 믿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우리에게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술인'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는 생전 "기술인의 장인혼(匠人魂)이야 말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모든 산업의 근간은 제조업이며, 제조업의 경쟁력은 기술에서 나온다는 신념이었다.

대구 제조업의 미래 역시 '기술인'에 달려 있다. 대구가 기계'금속 허브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밑바탕에는 지역 산업 현장 구석구석에 포진하고 있는 '기술인'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인재 양성의 최우선 과제로 학력과 학벌보다 능력과 실력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을 꼽고 있다.

◆나는 '기술인'이다.

산업 현장에는 학벌만능주의의 벽을 넘어 실력 하나로 성공한 '기술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에 위치한 ㈜신독엔지니어링의 박종안(56) 대표는 경북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낮에는 공부, 밤에는 기능훈련에 매진한 끝에 경북기능대회에서 선반 직종 부문 2위를 차지했다. 공고 졸업 후 코오롱에 입사해 '코오롱 생산성 대상'까지 수상했다.

이후 영남대 기계공학과에서 만학의 꿈을 이룬 뒤 10여 년 간 교직의 길을 걸었던 그는 1992년 기술인의 꿈을 다시 꽃피우겠다는 일념으로 교단을 떠나 회사를 창업했다. 1997년 차량의 대량 생산에 필수적인 로봇용접 자동화 설비를 국산화했고, 2010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지난해부터 대구시 기능경기위원회 기술위원회로 활동하고 있는 박 대표는 "기술인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특별대우는 아니라도 기술인을 다른 직종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구 스타기업에 빛나는 에스제이이노테크 정형찬(49) 대표 역시 기술 하나로 오늘의 성공을 일궜다. 정 대표는 중학교 졸업 이후 경북기계공고에 입학했다. 졸업 이후 5년 간 회사를 여덟 번이나 옮겨다니며 방황하기도 했던 그는 포장 자동화설비업체 취직 때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인쇄회로기판 자동화 설비업체에서는 입사 6개월 만에 생산관리 팀장에 올랐다.

직장을 배움터 삼아 기계와 전자 분야 기술을 습득한 정 대표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무기로 1997년 회사를 설립했다. 곧바로 IMF가 터져 위기가 왔지만 갈고 닦은 기술력이 탄탄하다보니 일감이 넘쳐 4년 간은 집에도 못들어갈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정 대표는 "어릴 때 기술을 배우면서 이걸 어디다 써먹을까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다"며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니까 그 때 익혔던 기술이나 연구개발 과정들이 어느 새 자산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이 대접받는 시대로

정형찬(2012년 3월), 박종안(2011년 3월) 대표의 성공 스토리는 고용노동부가 매월 지정하는 '이달의 기능 한국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학벌보다 실력으로 성공한 인물들을 발굴해 롤 모델로 제시하자는 취지에서 이달의 기능 한국인을 선정하고 있다.

기술이 대접받는 시대가 열리려면 사회 분위기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게 기술인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대구숙련기술회 최원희 회장은 "기술인이 제대료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학벌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기술 우대 정책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지난 2010년 기존 '기능장려법'을 '숙련기술장려법'으로 변경했다. 기능인 경시 풍조를 없애기 위해 '숙련 기술인'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것.

이후 정부는 지난 5월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역동적 고숙련 사회'라는 비전 아래 제1차 숙련기술장려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고졸채용 붐과 함께 실력으로 승부하는 열린 고용사회 흐름을 보다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정부는 능력 중심 문화 확산을 위해 직종별 '핵심직무역량평가기법'을 개발'보급해 학력, 스펙보다 실력, 능력 중심 채용 관행을 만들어 나가고 숙련 기술인에게 취업, 창업, 주택, 병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대구가 추진하는 2017년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유치에 성공한다면 능력 위주의 사회, 열린 고용사회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기술인이 우대받는 사회 풍토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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