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아버지의 낚시' 손맛의 추억

금요일 저녁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난 늘 긴장과 설렘이 교차한다. 다름 아닌 친정아버지의 밤낚시 유혹 전화가 걸려오기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낚시사랑은 유별나서 어머니와는 마찰이 종종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가 사춘기에 접어들자 어머니는 주말마다 거의 혼자 낚시하러 가시는 아버지가 내심 못마땅해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돌아가면서 데리고 가라고 부추기셨다. 처음엔 나 역시 엄마와 마찬가지로 낚시가 무슨 재미가 있겠냐 싶어 오빠들만 가길 바랐지만 두어 번 따라가 보고 나선 그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엔 갯지렁이 미끼가 징그러워 쳐다보기조차 싫었지만 지금은 귀엽게 보이기까지 하니 나도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긴 한 모양이다.

그런데 언니와 내가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아버지는 우리가 아닌 사위들마저 포섭하려 하시니 나는 신랑마저 아버지처럼 주말을 낚시에 올인할까봐 은근히 겁이 나기 시작했다.

오래 전 아버지가 업무 차 외국에 잠시 나가 계실 때 동료들이랑 바다 릴낚시를 가셨다 낚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멋진 그날의 월척 사진에 다시 한 번 감탄이 나왔다. 지금은 연로하셔서 바다 릴낚시는 조금 무리수가 따르지만 아직도 그 감흥은 잊혀지지 않는다고 늘 말씀하신다. 뭐든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다고 하시며 요즘도 체력관리에 소홀함이 없는 멋지고 늘 청춘인 우리 아버지. 하지만 사위한테는 낚시사랑 너무 강요하지 말아주셨음 합니다. 좀 살살 다뤄주세요. 부탁합니다 아버지!!

이채영(대구 북구 구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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