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경선'폭력 사태'검찰 수사 과정을 거치면서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았던 통합진보당이 또 다시 내분에 휩싸이게 됐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구(舊) 당권파가 구사일생하면서 당 쇄신작업을 주도해온 신(新) 당권파와의 일전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26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논의했다. 이들 의원은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라는 당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버텨왔다.
당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해 온 구 당권파 의원 6명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투표에선 그동안 중립성향을 보여왔던 김제남 의원이 무효표를 던지면서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됐다. 김 의원은 "국민이 주신 혁신의 길을 함께 책임지고 가겠다"면서 "당원들이 겪는 갈등, 대립, 아픔, 상처가 아직 깊은데 상처를 치유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원총회 결과를 받아든 통합진보당 신'구 당권파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당 쇄신작업을 이끌고 있는 신 당권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상정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의총 직후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강기갑 대표 역시 유감의 뜻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당권파 측 인사는 "틀을 잡아가고 있는 당의 체질개선 작업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국민의 눈높이'기대와 멀어지는 모습이 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반면 구 당권파는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석기 의원은 제명안이 부결된 뒤 "진실이 승리하고 진보가 승리했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김재연 의원은 "당이 상처를 딛고 통합과 단결을 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결정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구 당권파는 이날 표결을 전환점으로 삼아 당내 악습의 주범으로 몰려온 억울함을 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구 당권파 측 관계자는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동지를 구악으로 몰아붙여 온 신 당권파의 불순한 의도가 좌절된 것"이라고 평가한 뒤 "진보정치 발전을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의총결과에 따라 그동안 여야가 준비해 온 두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제명논의 역시 당분간 어렵게 됐다. 야권연대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내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은 그동안 두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징계 여부는 통합진보당 차원에서 논의가 종결된 이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통합진보당의 쇄신 없는 양당간 연대는 곤란하다는 태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신'구 당권파가 반목하는 통합진보당은 민주당의 연대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중도성향의 유권자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높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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