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들의 석연찮은 판정이 3회 연속 세계 '톱10'을 노리는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 수영의 대들보 박태환에 이어 남자 유도의 조준호까지 판정 번복에 희생양이 됐다. 두 번이나 어처구니없는 판정에 넋을 뺀 한국 선수단은 확실한 우세가 아니면 승리가 어렵다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 자칫 심적 부담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면 한국의 '10-10'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
29일 밤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2에서 열린 남자 유도 66㎏급에 출전한 조준호는 8강전에서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승부를 내지 못했다. 판정은 세 명의 심판에게 넘어갔고, 심판들은 청색 깃발을 들었다. 파란색 도복을 입은 조준호와 한국 코치진은 두 손을 들며 환호했다.
그러나 조준호는 한동안 매트를 내려오지 못했다. 심판 판정 후 곧바로 일본 코치진이 항의했고, 일본 관중석에서도 야유가 쏟아졌다. 세 명의 심판이 한 데 모이더니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은 뒤 경기장 옆 운영위원들이 모인 자리로 갔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심판은 이번에 나란히 백색 깃발을 들어 올렸다.
조준호의 '3대0' 승리가 '0대3'의 패배가 되는 순간이었다. 에비누마마저 승리의 기쁨 대신 판정 번복 상황에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조준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경기장을 지켰다. 일본 언론은 "모두에게 뒷맛이 나쁜 판정이었다"고 경기결과를 본국에 타전했다.
8강전 패배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 조준호는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을 획득했다.
조준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60㎏급 금메달리스트로 한 체급을 올려 이번 대회를 준비한 최민호를 제치고 올림픽 티켓을 잡았다. 대표 선발전 이후 일었던 논란을 금빛 메달로 잠재우고 싶었지만 억울한 판정에 제동이 걸렸다.
심판진의 미숙한 경기운영은 한국의 골든데이를 망쳐버렸다. 그 시작은 수영 박태환에게서부터 시작됐다. 28일 오후 영국 런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벌어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라운드 3조 경기에서 1위로 들어온 박태환은 출발 부정에 의한 실격으로 처리되면서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한동안 자신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수영 관계자, 국민까지 당황하게 한 장면이었다.
이후 대한수영연맹과 박태환 측의 이의 제기로 가까스로 판정이 번복돼 박태환은 결선에 오르게 됐지만 쑨양(중국)의 상승세와 예선에서의 판정 번복을 극복하지 못해 대회 2연패에 실패했다.
경기 후 박태환은 "올림픽 2연패를 못 이룬 게 아쉽다. 그러나 나에겐 은메달도 값지다. 예선의 피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마냥 기쁘지는 않다. 그래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양 선수가 아닌 아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내 좋고 축하할 일이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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