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우리 시장의 영웅! 떡보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께서는 30년이 넘게 작은 전통시장에서 떡 방앗간을 운영하고 계신다.

나는 결혼 전에도 떡을 좋아하는 '떡순이'였고, 결혼 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떡을 먹는다. 아이들도 떡집 손녀답게 매일 간식으로 줘도 잘 먹는다. 그런 우릴 보고 떡이라곤 입에도 안대는 남편은 신기하다고 한다.

예전에 시부모님은 떡집을 해서 재미를 좀 보셨단다. 4남매 대학 공부시키고 시집장가 보내고 동네에서 떵떵거리고 사셨단다. 그런데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제일 먼저 줄이는 것이 부식비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시장 손님이 줄어들고 장사가 안되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가게 사정이 너무 안 좋아져 급기야는 가스까지 끊기는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속사정까지 말씀을 안 하셔서 그 정도인지 몰랐는데 깜짝 놀라 남편이 비상금을 털어 해결했다.

명절에도, 시장 쉬는 날에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가게 문을 열고 항상 그날 만드는 떡은 거의 그날 소비되는 것을 보았는데 매일 적자를 면치 못하셨다니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막상 이유를 들어보니 떡을 만드는 쌀이며 고물에 들어가는 팥과 콩, 호박, 밤, 대추까지. 만드는 모든 재료를 국산으로 쓰다 보니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 그런 것이었다.

일흔이 다 되어 가시는 아버님은 경제적으로 좀 손해를 보더라도 우리 가게 손님들과 '예쁜 강아지'(손녀)들도 먹일 것인데 수입 산은 쓸 수 없다고 힘주어 말씀하신다.

얼른 경기가 좋아져서 우리 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우리 것을 지키고 맛을 속이지 않는 우리 시장의 영웅! 아버님, 어머님 가게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전현숙(대구 달성군 다사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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