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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시처럼 시는 음악처럼" 서영처 시인 '지금은 클래식을…' 발간

서영처(49) 시인은 대화 내내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었다. 차분한 표정에 조곤조곤한 말투. 큰 소리로 웃거나 과장된 몸짓도 하지 않았다. 찰칵거리는 카메라에는 어색해했다.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그녀의 경력은 꽤 특이하다. 그녀는 바이올린 연주자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바이올린 활대를 잡았고, 경북대 대학원까지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하지만 199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을 마지막으로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연주자로서 역량의 한계를 느꼈고, 음악 때문에 괴로워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음악을 매개로 한 다른 길도 많았지만 스스로와 타협이 되질 않았죠."

바이올린 대신 그녀가 잡은 건 '시'(詩)였다. 바이올린 케이스에 늘 시집을 넣고 다녔을 정도로 문학에 대해 갈증을 느꼈던 것도 이유가 됐다. 2003년 계간 '문학, 판'에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그해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 입학했고 마침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남대에서 객원 교수로 활동 중이다.

서 시인이 낸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2012, 이랑 펴냄)은 음악과 문학에 매료된 그녀의 삶의 흔적이다. 책은 음악과 문학, 인간과 예술의 접점을 통해 쉽게 편안하게 클래식에 다가설 수 있도록 썼다. "클래식 서적 대부분 내용이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유명 연주자나 지휘자를 다루거든요. 음악 틀 안에 갇히기보다는 인문학이나 삶 속에서 음악을 해석하고 싶었어요." 책의 전반부는 사랑, 눈물, 종소리, 바흐, 별, 거울, 시간 등 정서적인 측면을 주로 다루고, 후반부에는 히틀러가 열광했던 바그너와 탐미주의, 오리엔탈리즘, 바이올린, 피아노 등 음악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그녀만의 독창적인 곡 해석을 소개했고, 각 장에는 주제와 어울리는 시와 그림을 덧붙였다.

그녀는 "음악은 늘 시가 되길 염원하고, 시는 언제나 음악이 되길 갈망한다"고 했다. 오페라나 클래식 등 음악의 90% 이상이 문학에 기반을 두고 있고, 괴테의 '파우스트'를 텍스트로 한 음악만 수백여 곡이나 된다는 것. 서 시인은 "시와 산문에서 추구하는 유려한 문장은 물 흐르듯 흘러야 하는 음악과 같아요. 문학에서의 묘사나 서술이 음악에서는 화성이나 멜로디로 표현되죠." 음악에 삶의 대부분을 쏟아부은 만큼 그녀의 작품은 음악과 맥이 닿아있다. 2006년 낸 첫 시집 '피아노악어'도 음악적 이미지를 문학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 시인은 "앞으로는 세계적인 민요나 자장가처럼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음악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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