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더위 날리는 소나기 펀치, 체력 비결은 '밥상 작전'

운동선수들의 여름 나기 보양식

삼성라이온즈 김상수(왼쪽), 박석민 선수가 경기에 앞서 생맥산을 먹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김상수(왼쪽), 박석민 선수가 경기에 앞서 생맥산을 먹고 있다.
살을 부대끼며 하는 운동인 씨름은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는 운동이다.
살을 부대끼며 하는 운동인 씨름은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는 운동이다.

폭염과 싸우는 운동선수들은 강철 인간(?)인가?

매일 체력 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운동선수들은 가마솥 더위를 어떻게 견딜까? 가을, 겨울에도 콩죽 같은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 일반인들에게 '그들의 여름 나기'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들 나름의 비법이 있는 것일까? 정답은 단순하다. 운동선수들은 자연이 주는 더위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자신의 체력 범위 안에서 몸을 계속 단련시키고, 적응해 가면서 더위에 강한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이열치열

운동선수들은 폭염을 대하는 기본 마음가짐이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열을 열로써 다스리는 것이다. 자신의 체온보다 높은 온도에서 운동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지만 이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땀을 쏟아냄으로써, 운동 후 개운함을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이 무더위에 적응하도록 변화시킨다.

성적이 소득과 직결되는 프로의 세계에서는 무더위 속 체력관리가 더 절실히다. '이열치열' 정신은 기본이고, 자신의 몸에 맞는 보양식을 챙긴다. 더위로 인해 소진되는 체력를 보충하기 위해서다. 상당수 프로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는 보양식을 먹고 있다. 여름에 강한 팀으로 알려진 삼성라이온즈 야구단은 '생맥산'이라는 한약을 아이스박스에 담아두고, 선수들이 필요할 때 마다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수들마다 선호하는 보양식은 다르다. 홍삼이 자신의 몸에 맞는다면 홍삼을, 붕어즙이 좋다면 붕어즙을, 장어즙이 맞다면 장어즙을, 개고기가 도움이 된다면 개고기를 먹는다. 특히 선수들의 부모들이 신경을 많이 쓴다. 여름이면 부모들이 정성들여 마련한 보양식을 들고 운동장이나 체육관을 찾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살을 부대끼며 하는 운동인 씨름은 엄청난 힘이 소모되는 운동이다. 여름철 상대방이 흘린 땀과 자신이 흘린 땀이 뒤범벅이 된 상태로 하는 운동이 바로 씨름이다. 또 거구(100∼150㎏)들이 많다 보니 운동 후 먹는 양도 많으며, 즐겨 먹는 여름 보양식도 제각각이다. 지역 출신의 이태현 용인대 교수(전 천하장사)는 현역 시절 경북 왜관에 있는 보신탕집에 자주 들렀다. 이 교수는 당시 좋다고 판단되는 보양식을 선택한 뒤 그 음식만 집중해서 먹는 편이었다.

◆삼성라이온즈, 여름에 강하다?

폭염 도시인 대구에 연고를 두고 있는 삼성라이온즈 야구단은 여름에 강한 팀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타 구단들은 매년 여름만 되면 삼성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급상승해, 삼성과 맞붙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낄 정도다. 하지만 삼성이 여름철에 강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 삼성라이온즈 관계자들도 여름에 강한 팀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막연히 "대구가 더운 도시니까, 선수들이 아무래도 더위를 잘 견디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비과학적이다. 삼성에는 대구 출신의 선수도 많지만 주전급 선수 가운데 다른 지역 출신들도 많다. 또한 타 지역 선수들에겐 대구의 더위가 과연 어떻게 느껴질까? 그렇다고 삼성이 여름철 홈경기에서만 압도적으로 승률이 높은 것이 아니다. 원정 경기에도 강한 면모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홍보팀 심창섭 차장은 "대구가 타 지역에 비해 더 덥긴 하니까 아무래도 더위에 조금 더 잘 견딜 것이며, 이는 심리적으로도 다른 팀 선수들을 주눅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삼성은 특별 보양식을 선물하고 있다. 바로 생맥산이다. 몇 년 전부터 지역의 한 한의원에서 공급받고 있는 생맥산은 여름이면 선수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생막산은 홍삼, 당귀 등 8가지 좋은 한약재가 들어있다고 구단 관계자는 전했다.

물론 생맥산이 전부는 아니다. 삼성 선수들은 저마다 보양식이나 한약,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는 여름이면 붕어즙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홍삼이나 산삼 엑기스도 곁들이고 있다. 끝판대장 오승환 선수도 여름 보양식으로 붕어즙을 먹고 있으며, 박한이 선수는 장어즙을 마시며 기운을 북돋우고 있다.

◆대구FC, 여름 특별 식단 준비

대구FC 역시 여름철에 강한 팀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구FC는 올여름 찜통같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식단을 선수들의 체력을 키워주고 입맛을 돋워주는 음식 위주로 바꿨다. 냉면, 국수, 그리고 시원한 미숫가루와 과일 등이 자주 메뉴에 등장하고 있으며, 고기는 주로 쇠고기를 쓰고 있다. 쇠고기 부위는 그때 그때 식단에 따라 특수 부위를 정해서 올리고 있다. 또 특별식으로 전복삼계탕'장어구이 등을 내놓고 있으며, 싱싱한 야채들도 자주 챙겨 영양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FC의 여름 식탁에는 특이사항이 하나 있다. 모아시르 감독의 특별 요청으로 거의 매일 파스타 요리가 나온다. 모아시르 감독은 밥 대신 파스타를 통해 부족한 탄수화물을 보충하고 있다.

주전급 선수들 가운데 특이한 여름 나기 사례들이 있다. 현재 8골로 팀 내 득점 1위인 송제헌 선수는 이진호'안상현'송창호 선수와 함께 모임을 만들어 매주 수요일이면 맛집투어를 한다. 단순히 맛있는 곳을 갈 때도 있지만, 아무래도 운동 선수들이다보니 고깃집 등 체력 보충에 도움되는 맛집들을 인터넷 등을 통해 찾아다니고 있다. 특히 송제헌 선수는 무더운 날씨로 인한 체력 저하와 컨디션 난조를 극복하기 위해 홍삼을 먹고 있다.

◆푹푹 찌는 복싱 체육관

복싱은 여름이 두려운 운동이다. 찜질방 또는 비닐하우스에서 글러브를 끼고 빠른 스텝과 함께 펀치를 계속 날린다면 얼마나 더울까? 대구 동구 방촌동의 대천권투체육관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에어컨이 없는데다 운동하는 사람들의 열기로 인해 체육관 실내 기온이 42℃에 가깝다. 하지만 진창남 관장을 비롯한 관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에 여념이 없다. 이 체육관은 여름이면 기초 체력 증진을 위해 전통적인 '이열치열' 방식을 고집한다.

김동국(14'신기중 2년) 군은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고 나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서민우(18'대구공고 3년) 군도 "무더위 속에서 운동을 하다보니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도 여름을 날 수 있다"고 했다.

대천권투체육관 진창남(39) 관장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나는 여름철이 오히려 몸 만들기에 좋은 계절"이라며 "가끔 운동 후 수박이나 복숭아로 수분과 비타민을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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