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짜 앞에 장사 없다 일단, 낚아라

공짜 없는 세상, 공짜 마케팅 봇물

불경기를 틈타 각종 공짜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짜로 주는 것이 있으면, 사람들은 줄을 선다.
불경기를 틈타 각종 공짜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짜로 주는 것이 있으면, 사람들은 줄을 선다.
한 라면업체가 신제품을 공짜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한 라면업체가 신제품을 공짜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대구 동성로 통신골목에선
'삼성라이온즈 우승 시 소주 공짜'를 내건 한 식당.
대구 동성로 통신골목에선 '공짜'라는 단어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공짜 마케팅의 사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짜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가 묘하다. 공짜라는 말 자체는 왠지 횡재수를 상징한다.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도 무언가를 얻는다는 의미다. 공짜라면 귀가 솔깃한 이유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느냐마는 공짜를 바라보는 대중심리는 이중적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세상엔 공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은근히 공짜를 기대한다. 심지어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 태세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서민들이 지갑 열기를 두려워한다. 소비심리가 침체된 요즘, 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바로 대중들의 공짜 선호 심리를 이용한 '공짜 마케팅'이다. 조그마한 공짜 상품 등을 미끼로 내걸고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공짜 마케팅은 대부분 상식이나 사회 통념의 범위에서 이해되지만 '속았다' '바가지를 썼다' 는 기분이 드는 경우도 있다.

공짜 선호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심리분석도 흥미롭다. 소유욕은 본인이 가지고 싶은 물건을 가지겠다는 목적이 정해진 것이고, 공짜 선호는 노력과 돈을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저 얻는 것을 말하는 데, 이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욕구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짜를 좋아하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욕구다. 이 욕구는 학습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행동들"이라고 말한다. 공짜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공짜 마케팅 봇물

가장 대표적인 공짜 마케팅 사례는 대구 동성로 '통신골목'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있다. '공짜'라는 단어가 간판을 비롯해 홍보용 게시판 등에 온통 도배되어 있다. 엄격히 따지면 휴대전화를 공짜로 얻을 수는 없지만, 통신비와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여러 혜택 등과 맞바꾸면 공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곳 업체들은 공짜라는 단어로 손님들을 유혹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백화점 역시 다르지 않다. 대구의 대부분 백화점들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무료 특강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동아백화점은 부모와 자녀의 올바른 관계를 MBTI 검사 등을 통해 성격 유형을 알아보는 'MBTI로 알아보는 부모-자녀 관계' 강의를 마련했다. 또 해외여행을 알차게 다녀올 수 있는 '해외여행 이것만은 알고 가자' 강의도 무료로 진행한다. 대구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도 수시로 각종 무료 특강과 공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무료 행사는 손님들을 백화점으로 불러들여 소비를 유도하는 수단이 된다.

영화관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개관한 대구 현대백화점 CGV는 손님 유치를 위해, 입장권 1장을 구매하면 1장을 공짜로 주는 '1+1' 이벤트를 하고 있다. 다른 영화관들도 신용카드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공짜와 관련된 사이트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짜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이트인 '공짜 마켓'(http://cafe.naver.com/gongzzamarket)은 공짜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이벤트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달콤한 유혹

공짜 마케팅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콘도, 리조트 등의 무료 이용권에 당첨됐다고 전화를 한 뒤 나중에 관리비 및 청소비 등의 명목으로 10만원 안팎의 돈을 요구하는 업체들이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 공짜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의 피해가 많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이런 업체들의 활동이 주춤해졌다.

회사원 김영규(45'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씨는 "요즘은 공짜를 내세운 교묘한 마케팅이 많다. 요모저모 잘 따져보고, 유사 상품에 대한 가격 등을 확인한 뒤 결정을 해야 한다"며 "사실 공짜 때문에 피곤한 사회"라고 말했다.

대리운전 업체들의 과도한 공짜 마케팅으로 인한 피해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 대리운전 업체가 '3번 이용하면 1번은 공짜'란 문구로 홍보를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다른 업체들도 '2번에 1번' 등 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맞불을 놓았다. 공짜 마케팅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들에게 고객들의 '콜'이 몰려든 것이다. 하지만 대리운전 기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이벤트를 벌이는 바람에 고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박태환 헤드폰도 공짜 마케팅 논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영 스타 박태환 선수가 경기시작 전에 출발 레인을 향해 걸어갈 때 끼는 헤드폰도 공짜 논란에 휩싸였다. 박태환 선수 때문에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명 '박태환 헤드폰'이 미국 헤드폰 메이커 비츠일렉트로닉스가 공짜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핵심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런던올림픽에 참가 중인 유명한 선수들이 비츠일렉트로닉스(이하 비츠)사의 헤드폰을 쓰고 출전해 인간 광고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정작 제조업체는 공식 후원기업이 아니어서 조직위원회를 당혹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이 더욱 불거진 이유는 일부 영국 선수들이 트위터에 "유니언잭(영국 국기)이 찍힌 한 쌍의 수제 비츠 헤드폰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비츠의 게릴라 마케터들이 공식 후원을 하지 않으면서도 유명 선수들에게 공짜로 물품을 지급한 뒤, 화면에 나오는 선수들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IOC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통한 제품광고를 공식 후원기업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이런 공짜 마케팅 때문에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도 넘는 공짜 마케팅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공짜, 또는 보너스 대박 유혹도 많아지고 있다. 화장품 회사인 이니스프리는 안티에이징 제품 '에코 사이언스 링클 스팟 에센스'의 리뉴얼 출시를 기념해 구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링클 프리 제주 럭셔리 힐링 투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화장품 가격은 3만3천원인데 구매고객 중 추첨을 통한 당첨자 총 200명에게 2박 3일 동안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머물면서 스파, 요트 투어를 즐길 수 있는 '링클 프리 제주 럭셔리 힐링 투어'를 진행한 것이다.

이혜진 이니스프리 마케팅팀 팀장은 "이번 링클 프리 제주 럭셔리 힐링 투어는 고객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청정 섬 제주에서 럭셔리한 여행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KT 역시 최근 공짜 및 반값 마케팅 논란의 중심에 있다. KT는 지난해 5월 자사 인터넷TV'초고속 인터넷 신규 가입자들에게 2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는 무료, 42인치 LCD TV를 반값에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어 올레TV 스카이라이프 신규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할인가에 42인치 발광 다이오드(LED) TV를 렌털해주는 이벤트도 시작했다.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외식업체들은 맥주 공짜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제시카키친은 뷔페 주문 고객에게 생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비어러버'(Beer Love) 행사를 열었으며, 전국의 특급 호텔들 대부분 불황기 고객 유치를 위해 '공짜 생맥주'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이런 공짜 마케팅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들이 많다. 당장은 공짜 또는 반값 상품이라고 하지만, 그 조건을 잘 따져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혜택을 누리는 사람도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술 공짜 마케팅에 칼 빼든 국세청

국세청이 공짜 마케팅 또는 경품에 칼을 빼 들었다.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하는데 공짜를 좋아하는 대중들의 심리와 이를 이용하려는 업체들의 교묘한 상술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주폭'이 사회문제화되자 주류의 무절제한 판매를 제한할 목적으로 한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고시'를 위반한 경품과 주류 거래금액의 5%를 초과하는 소비자 경품을 제공,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것.

국세청 관계자는 "대형마트, 백화점 등이 매출을 늘리려고 주류 제조'수입업체에 경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고 이러한 경품 제공으로 술 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해 개정안을 고시했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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