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존의 강, 희망의 강] (32) 김천 감천

김천의 희망은 감천에 흐른다

증산면 수도리 수도계곡에는 무흘구곡의 제9곡으로 알려진 용소폭포가 있다. 약 17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증산면 수도리 수도계곡에는 무흘구곡의 제9곡으로 알려진 용소폭포가 있다. 약 17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32) 김천이면 감천이다

김천이면 감천이다. 백두대간 봉우리에서 샘솟은 물줄기들이 모여 감천을 이룬다. 감천은 김천을 관통해 낙동강으로 나아간다. 선사인들은 그 강가에 터를 잡고 마을을 일구었다. 마을은 덩치를 키워 국가로 나아갔다. 김천의 고대국가 감문국은 궁궐을 짓고 왕릉을 세웠다. 물줄기를 따라 걸출한 인물들이 인연을 맺었다. 감천은 김천의 희망이다. 생태하천으로 조성되는 감천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혁신도시가 들어선다. 김천시는 직지천을 중심으로 불교문화와 천연자연이 어우러진 복합휴양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감천의 자연, 김천의 문명

감천은 김천의 남서쪽에서 시작해 북동쪽으로 흘러 낙동강과 만난다. 경북과 경남의 경계인 대덕면 봉화산에서 샘솟은 감천은 김천시 신음동에서 직지천과 합류하면서 하천 폭을 더욱 넓힌다. 강줄기는 농소'남면'개령'감문면의 소하천 물과 합친 뒤 구미 선산에서 170리(69㎞)의 여정을 마친다.

감천은 김천을 병풍처럼 두른 백두대간의 높은 봉우리 곳곳에서 발원한 물줄기들을 받아들인다. 김천에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포진해 있다. 황악산(1,111m)을 필두로 석교산(1,207m), 삼도봉(1,176m), 대덕산(1,290m), 수도산(1,316m) 등이 있다.

감천 물줄기 곁에서 문명이 꽃을 피웠다. 문명의 흔적으로 구성면 송죽리 '선사문화 유적지'가 있다. 이곳은 1990년 구성공단 조성 과정에서 발견됐다. 신석기와 청동기 시대의 주거지로서 빗살무늬토기, 돌촉, 돌도끼 등 유물이 출토됐다. 유적지는 'U'자 형으로 감아 도는 감천의 안쪽 중심부에 있어 강에서 고기를 잡거나 주변 산에서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최적의 생활공간이다.

김천 역사의 또 다른 뿌리는 고대국가인 감문국이다. 감문국은 내륙교통의 거점에 자리 잡았다. 신라는 추풍령 너머 금강과 한강 유역에 진출하기 위해 감문국을 공격했다. 231년 감문국을 복속시킨 신라는 감문군, 감문주, 개령군 등으로 개편하면서 정치'군사 거점으로 활용했다.

개령면 동부리에 '동부연당'이란 연못이 있는데, 감문국의 궁궐 연못으로 향토사학자들은 추정한다. 동부연당에서 북쪽으로 8㎞ 떨어진 감문면 삼성리에 높이 5m, 지름 10m 정도의 봉분이 있다. 동국여지승람은 이 봉분을 감문국의 시조왕인 '금효왕릉'이라고 적고 있다. 개령면 서부리 도로변에는 감문국 왕비의 능으로 전해지는 '장부인릉'이 있다. 개령면 동부리 감문산에는 감문산성이 남아 있다.

◆인물의 화수분, 김천

김천을 흐르는 여러 물줄기를 따라 많은 인물이 나거나 거쳐 갔다.

감천의 지류인 직지천변에는 직지사가 있다. 418년 직지사를 창건한 사람은 바로 고구려 승려로서 신라에 불교를 처음 도입한 아도화상이다. 그는 신라 최초의 사찰인 구미 해평의 도리사를 창건한 다음해 직지사를 세웠다. 이때는 신라가 불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527년보다 100여 년 이상 앞선 시점으로 직지사가 신라불교의 발상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지사는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로도 알려져 있다. 사명대사는 13세 때 황악산 아래 마을에서 황희 정승의 증손자인 황여헌 선생의 문하생으로 공부를 하다가 직지사로 출가했다. 18세에 승과에 장원급제한 뒤 불과 서른의 나이에 직지사 주지에 올랐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사명대사는 승병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임란이 끝난 뒤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수천 명의 조선인 포로를 송환하는 데 역할을 했다.

김천에서 태어난 매계 조위(1454~1503)도 빼놓을 수 없다. 매계는 매형인 점필재 김종직에게 학문을 배웠다. 18세에 과거에 급제하고 1481년 28세에 왕의 명을 받아 당나라 두보의 시를 한글로 번역했다. 이것이 바로 두시언해(杜詩諺解) 초간본으로 우리나라 고문과 고어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김종직 문집을 편찬했다는 이유로 1498년 무오사화 때 의주로 유배됐고 이후 순천으로 옮겨져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매계는 유배가사의 효시인 '만분가'(萬憤歌)를 집필했다.

언론인 몽향 최석채(1917~1991)도 김천에서 태어났다. 조마면 신안리 출신인 그는 매일신문 편집국장과 주필을 거쳐 조선일보 편집국장, 경향신문 회장 등을 지냈다. 1955년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사설로 인해 옥고를 치렀고, 2000년 국제언론인협회(IPI) '세계언론자유영웅 50인'에 선정됐다.

◆희망의 물줄기

김천의 희망은 감천을 타고 흐른다. 감천의 유지와 관리에 대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김천시는 2010년 정비계획 및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지난해 용역을 마친 시는 600억원을 투입해 '감천'을 낙동강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감천 상류 부항면에는 다목적댐인 부항댐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4천549억원을 들여 2002년 착공한 부항댐은 올해 말 준공 예정이다. 홍수 예방은 물론 10여㎞의 둘레에 일주도로를 만들고, 유촌'부항대교에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는 등 부항면 일대를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 예정이다.

김천시는 직지천 주변에 황악산 하야로비공원 조성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2016년까지 1천92억원을 들여 대항면 운수리 일대에 조성 중인 공원은 직지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불교문화를 체험하고, 황악산의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생태체험이 가능한 복합휴양단지로 만들어진다. 불교문화체험지구에는 평화의 탑, 사명당박물관, 국제선원 등이 들어선다. 직지사와 연계한 참선, 요가, 다도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자연명상체험지구는 명상원, 생활문화체험마을, 전통차재배체험원 등으로 구성된다. 4계절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야생화원과 습지에서 서식하는 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북암제수변공원도 계획돼 있다.

김영박 김천시 새마을문화관광과장은 "백두대간 자락의 수도계곡'용소폭포와 감천 주변의 정자와 공원 등 자연자원이 김천 관광의 핵심이다. 직지천이 흐르는 황악산과 직지사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 관광지다"고 설명했다. 특히 "감천 생태하천 조성, 황악산 하야로비공원, 부항댐 등을 통해 불교문화 체험은 물론 자연과 함께 숨 쉬면서 도시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김천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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